국제유가, 이달 들어 68%↑…"수요·공급 재균형은 시간 걸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26 14:37

경제정상화 이후 이달 급등
美中 휘발유 수요 개선세 국면에
산유국 원유 생산 감소도 긍정적
일각선 "유가 급등 떈 감산 중단"
"코로나 2차 대유행도 리스크 작용"

▲사진=연합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야기한 수요 침체로 5월물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만기일 전날인 지난달 20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강한 반등에 나서면서 배럴당 30달러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의 감산 지속과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개선 기대로 원유 시장 흐름이 개선되고 있지만 산유국 감산합의 이행 불확실성, 코로나19의 재확산, 미·중 갈등 등으로 유가 향방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98%(0.67달러) 떨어진 3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5일(현지시간) NYMEX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전몰장병 추모일)을 맞아 휴장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웃돈 것은 2개월만에 처음이다. WTI는 이달 들어 68%가량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0.40달러) 오른 35.35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요공급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유가상승을 견인시켰다는 분석이다. 26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에서 교통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데이터가 나왔고, 산유국들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록적인 감산을 이행하고 있다.

이처럼 원유시장의 재균형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요가 앞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감산합의가 꾸준히 지속될 경우 원유시장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지났다고 무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둘 다 개선되면서 시장 재균형이 탄력을 받고 있어 앞으로 유가 급락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며 "그러나 재균형 자체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반전되는 원유시장의 분위기…수요개선 가시화

▲사진=네이버금융


이렇듯 최근 국제유가는 4월의 악몽을 모두 잊은 모습이다. 불과 4월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고강도 자택 대피령·봉쇄령 조치를 시행하면서 원유 수요가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시황 악화로 원유를 저장할 곳이 점점 사라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WTI는 마이너스를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제 정상화에 나서면서 원유수요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는 올해 1월 이후 시행된 글로벌 봉쇄령에 영향을 받은 약 39억명의 인구 중 95%인 37억명은 어느 정도의 경제 재개를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미국에서는 50개 주가 모두 부분 재가동에 들어간 상황이다. 경제가 어느 정도 재가동되는지는 각 주마다 다르겠지만 경제 정상화 그 자체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오르기엔 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글로벌 전체 수요의 약 10% 가량 차지한다.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의 원유수요는 전년 동기대비 89% 수준까지 급등했지만 이달에는 작년 5월 수준의 9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던 올해 2월의 경우 중국의 원유수요는 작년 대비 40% 까지 급락한 바 있다.

에너지 데이터 기업 엔버루스의 버나뎃 존슨 부사장은 "모든 시장은 원유수요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유가는 수요에 의해 좌우된다"며 "수요가 개선되고 있음에 따라 WTI가격은 배럴당 30달러 중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3분기에는 더 많은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요공급 펀더멘털은 한층 더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평가업체 에버코어 ISI 또한 투자노트에서 "2분기까지 공급이 수요보다 많겠지만 3분기부턴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며 이같은 긍정론에 가세했다.


◇ OPEC+에 이어 미국 등의 산유국도 생산량 감소세

▲미 셰일 원유시추기(사진=AP/연합)


공급측면에서도 유가 상승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대폭 감소시킨 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최근의 유가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OPEC+는 이달 1일부터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을 시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달부터 자발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 추가감산을 공식화했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역시 추가 감산에 동참했다.

여기에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등 기타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생산량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EIA 통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올해 3월 하루 1310만 배럴에서 현재 160만 배럴 급감했다. 엑손 모빌, 쉐브론, 코노코필립스 등의 미국 석유메이저 업체들이 생산량을 잇따라 감축한 결과로 해석된다.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미국 셰일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한 점 또한 미국의 전반적인 원유생산량 감소세를 견인했다. WTI가 30달러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올해 초 60달러를 웃돌았던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실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이팅페트롤리엄, 울트라페트롤리엄,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 등의 업체들은 이미 파산했고, 오아시스페트롤리엄과 체서피크에너지 등은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체서피크에너지와 유닛코퍼레이션도 파산보호신청을 검토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유가 반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면서 WTI가 올해와 내년에 각각 배럴당 32달러, 42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브렌트유의 경우 올해 배럴당 37달러로 예측됐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역시 올해 WTI 가격이 배럴당 33달러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50달러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유가 회복세 보이지만 시장 불확실성 존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이렇듯 유가가 모처럼 강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향후 원유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자산운용사인 DWS그룹의 다웨이 컹 원자재 부문장은 "생산 감소가 유가상승을 이끌었다"며 "그러나 미국 등의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다시 늘릴 정도로 유가가 오를 경우 OPEC+ 역시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감산합의 중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OPEC+가 유가 안정화를 유지하기 위해 감산 정책을 꾸준히 이행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공급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등과 같이 제삼자가 유가상승을 계기로 생산량을 늘려도 그들은(OPEC+) 약속한 감산량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장재균형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 또한 원유시장의 또다른 중대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환자 발생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기에 세계 각국이 방역에 소홀할 경우 2차 유행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계는 또다시 봉쇄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원유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란시스코 블란치 글로벌 원자재 부문장은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전했다.

컹 부문장은 "코로나19 제어를 위해 각 나라별로 내리는 지침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가 코로나19의 재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유행이 두 번째 정점에 이를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닥치기 보단 1차 유행이 멈추지 않고 두 번째 정점으로 번질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이크 라이언 사무차장은 "우리는 아직도 이 병이 실제로 증가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이 병이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세는 매우 강력한 보건 조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뀐 계절의 영향으로 여긴다거나 북반구가 겨울철로 접어드는 10∼11월께 돼서 다시 위험해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현재의 감소세에 절대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또 컹 부문장은 최근 들어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유가 전망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론 공방에서 서로 으름장을 놓은 미국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은 중국에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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