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코로나19·美中 갈등 겹악재...재계 "뉴삼성 전략 제동 우려"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삼성전자가 ‘오너 리스크’ 격랑으로 빠져 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갈등 악화 등 대외 악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과 ‘경영 승계’ 의혹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경영 환경이 ‘시계 제로’에 직면하는 형국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관련한 사법 리스크로 삼성전자의 코로나19 극복과 ‘뉴삼성’ 전략에 제동이 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 불확실성 첩첩산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전날 검찰에 출석해 17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이날 새벽 귀가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의혹 건으로 검찰에 소환되기는 처음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한다. 이 부회장 측은 조사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적극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조사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아직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와 신병 처리 등을 결정하지 않았고, 관련 수사도 개시 1년 반만에야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이어서 삼성전자에 또 다른 ‘사법 리스크 뇌관’이 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한다. 향후 현안 대응 능력과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란 예상에서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법정에 서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의혹과 관련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이 부회장 거취에 큰 변화는 없어 경영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또 다른 수사들이 재판으로 연결될 경우 재판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어 일정 부분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의 올해 현장경영 행보

일시 내용
1월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 방문
1월 27일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 방문
2월 2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EUV 라인 방문
3월 3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방문
3월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방문
3월 25일 수원 삼성종합기술원 방문
5월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 방문 및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회동
5월 18일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 현장경영 제동 우려

이 부회장은 특히 올해 들어 한 달에 두 번꼴로 숨가쁜 행보를 이어오며 굵직한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등 대내외 악재를 헤쳐나가고 있다. 최근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현안 극복에 전념해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위기 대응 전략을 점검했다. 반도체로 비화된 미중 갈등 속에서 경기 평택에 1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계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이른바 뉴삼성 전략에 찬물을 끼얹을 경우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악화 속에서 우리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루되는 일련의 조사와 재판에 대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데 총수에 대한 잇단 사법 리스크로 국가 경제 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규모·중장기 사업 전략이 타이밍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불확실성 증대는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익을 감안해 사법 당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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