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현 CJ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CJ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성장을 거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선제적으로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자산을 매각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선제적 구조조정·사업재편 ‘주효’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코로나19가 오기 훨씬 전인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선제적 사업·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주사인 ㈜CJ 인력을 대폭 줄여 핵심 계열사로 내려 보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원·대리급까지 권고사직 대상에 포함시켰다. 관리 직급이 아닌 3~5년차 직원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당시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회장은 사업과 자산 부문 구조조정도 거침없이 진행했다. CJ푸드빌 내 알짜 기업인 투썸플레이스를 과감하게 매각해 실탄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CJ인재원 건물 매각, CJ제일제당 가양동·영등포공장 부지 매각 등 결단을 내렸다.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 회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내실을 다지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CJ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수년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몸집을 불렸다. 2조 원을 들여 미국 식품기업 슈완스컴퍼니를 품에 안은 게 대표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이 10조 원에 육박하는 등 부담이 생기기도 했다.
◇1분기 매출 16.2%·영업익 54.1% 증가
이 회장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펼친 덕분에 CJ그룹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파고를 상대적으로 잘 넘었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조 178억 원, 27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2%, 54.1% 늘었다. 식품 외에 바이오, 물류 등 사업 분야가 고루 성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이 회장의 미국 식품가공기업 슈완스 인수는 ‘신의 한 수’다. 슈완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7426억 원을 더해주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이를 통해 CJ의 해외 가공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뛴 1조 386억 원을 달성했다.
CJ대한통운 역시 1분기 매출 2조 5153억 원, 영업이익 581억 8800만 원의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4%, 28.3% 뛴 수치다. 일찍부터 힘 쏟아온 ‘문화 경영’이 빛을 봤다는 점도 이 회장의 선견지명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등 세계 영화제를 휩쓴 배경에는 CJ그룹의 오랜 노력이 숨어 있었다는 평가다. CJ는 지난 1995년 신생 헐리우드 스튜디오였던 드림웍스에 투자하면서 영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칸 영화제에만 총 10편의 영화를 진출시키는 등 한국영화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CJ는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고용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CJ ENM, CJ대한통운, CJ올리브영, CJ올리브네트웍스 등 핵심 6개사에서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맑다.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 가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외 식품과 제품 판매가 안정적인데다 슈완스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실을 다진 이 회장은 향후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을 축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에 또 한 번 도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