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은행권, 악화일로…"탈출구 안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29 16:26

기준금리 두달 만에 또 내려…NIM 하락 계속
회복 더딘 해외사업…IB 시장도 꽁꽁
코로나 국내 재확산 조짐에 은행들 긴장…부담 커질까 조마조마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사진=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은행권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비상이 걸린 데다 해외 사업 또한 막혀 있다. 여기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은행들은 탈출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한 차례 내리면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한은은 지난 3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연 0.75%로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후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또다시 내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경제성장률, 물가 하락 등 경기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 3월이 처음이다. 현재 수준인 연 0.5%는 역대 최저 기준금리다.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과 직결된다. NIM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거둔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고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이익 등이 반영된다.

실제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은행들의 1분기 NIM은 일제히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은행의 NIM은 1.46%로 1년 전(1.62%)보다 0.16%포인트 내렸다. 주요은행을 보면 1년 전과 비교해 신한은행(1.41%)은 0.2%포인트, 하나은행(1.39%) 0.16%포인트, KB국민은행(1.56%) 0.15%포인트, 우리은행(1.38%) 0.14%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문제는 지난 3월 기준금리가 인하된 만큼 1분기에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와, 이달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따라 은행들의 금리 조정이 본격 반영된 2분기에는 NIM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보통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NIM은 0.03%포인트, 순이익은 약 1000억원이 감소한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분기 때는 은행들의 순이익이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기준금리 하락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반영되는 2분기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며 해외 사업도 막혀 있다. 국내 은행 영업이 수월하지 않은 만큼 탈출구는 해외로 옮겨질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며 해외 사업도 녹록치 않다. 해외 출장 등은 모두 막힌 데다 국가간 이동도 어렵다. 은행들의 해외 영업점의 경우 운영은 되고 있지만 각 국의 상황에 따라 휴점 등을 반복하면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는 해외 IB의 경우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이달 KB국민은행이 2100억원 규모의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금융(PF)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해외 IB시장이 코로나19로 소강 상태에 있는 만큼 이전과 같은 분위기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IB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며 "올해 IB데스크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급기야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도 나타나며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4월 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세는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달 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과 여기서 비롯한 경기도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여파로 최근 일별 확진자 수는 50명을 넘어서고 있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8명이 늘어나 이틀 연속 5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이 시작된다면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에 따른 은행들의 금융 지원 요구가 더 늘어나면 은행들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출 상환 유예 공포도 존재한다. 정부가 당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연체 위기가 발생한 개인, 중소기업 등에 6개월에서 최대 1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는데, 은행들 입장에서는 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현재로써는 연체율 등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향후 일시에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됐을 경우 이에 대한 공포는 더 커진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추이를 주시하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만큼 은행들이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은행간 경쟁 심화로 은행 NIM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저원가성 예금 유치와 여신성장으로 이자이익을 방어하고, 비이자이익 부문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물 경기가 무너지면 금융회사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실물 경기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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