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와 관계끊고 홍콩 특별지위 박탈 수순...증시는 안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30 11:46

"중국, 홍콩 자치권 보장 약속 어겨...특별지위 인정못해"

"WHO와 모든 관계 끊겠다"...코로나19 中책임론 강조
1단계 무역합의 철회 언급 안해...구체적 설명 부족

"당장 일어날 조치 없다" 나스닥 1.29%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 강행에 반발하며 홍콩에 부여한 정책적 면제를 철폐하는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증시는 안도했다. 


◇ "중국, 홍콩 자치권 보장 약속 어겨...특별대우 박탈 절차 개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홍콩이 더는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며 "따라서 나는 홍콩의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이 법은 자치권을 전제로 홍콩에 대한 혜택 등 유대 관계를 규정했다. 홍콩이 충분히 자율적으로 유지되는 한 정치, 경제, 무역과 기타 분야에서 홍콩을 중국의 다른 지역과 분리해 취급하는 내용이다.
   
이날 발표는 홍콩의 자율권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어 더는 특별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에 더해 미국은 홍콩에 대한 중국의 인권 침해 등을 견제하기 위해 작년 만든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에 따라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해온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맞지 않고 인권을 침해한다며 법 제정 시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발표는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기술 사용에 관한 수출통제, 그리고 더 많은 것까지 거의 예외 없이 홍콩과 맺고 있는 모든 범위의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국가안보장치로 인해 감시 및 처벌 위험이 증가됐다며 국무부의 홍콩 여행경보 개정을 언급했고, 중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관세와 여행에서 홍콩에 제공한 우대를 폐지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직간접 연루된 중국과 홍콩의 당국자를 제재하는 데 필요한 조처도 할 것"이라며 당국자 '제재 카드'도 뽑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적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일부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중지한다고 밝혔고, 실제로 회견 후 관련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 유학하는 일부 중국인 대학원생을 겨냥한 것이다. 영향을 받는 중국인은 3000~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는 36만명가량의 중국인 유학생이 있고, 이 중 대학원생은 3분의 1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홍콩 상황을 완화하도록 1년의 시한을 주고 불이행시 특별지위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이 선택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하며 이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큰 파열을 피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 '11월 대선 의식?'...몸사린 트럼프, 1단계 무역합의 철회 언급 안해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우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의 발언을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홍콩의 특별지위를 어떤 식으로 제약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우려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철회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특별지위 박탈을 예고하면서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 약화와 경쟁력 상실을 강력히 경고하면서도 단박에 모든 것을 끊기보다 점진적 조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미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도 일정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조치와 관련한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 기업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오는 가장 과감한 조치를 시행할 것인지 결정하기 전에 시간을 벌려는 것일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는 중국과 어렵게 맺은 1단계 무역합의의 진전 여부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으며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약 1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1천300여개 미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에 이어 홍콩 사태까지 재선 전략 차원에서 강력한 '중국 때리기'에 나섰지만, 경제 성과 위축 등의 부담감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중국 매체는 미국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홍콩특별지위 박탈이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30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보도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모한 제재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어떠한 위협에도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전 글로벌타임스에 "모든 형태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오고 있다"면서 "홍콩은 자체 서비스 분야가 홍콩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특별 지위 박탈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찬 재무장관은 "홍콩 금융 시장은 많은 고비를 겪으면서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두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책임론 거듭 강조..."WHO와 관계끊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간 중국에 편향적이라고 비난하던 WHO에 대해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WHO와 관계를 종료하고 이들 지원금을 전세계 다른 곳으로 돌려 긴급한 공중보건 필요에 충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중국의 은폐로 세계적 대유행병을 촉발했고, 중국 당국자들이 WHO 보고 의무를 무시하고 WHO가 세계를 잘못 인도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날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중국과 WHO에 돌리는 발언을 연달아 내놨다.
   
그는 "세계는 지금 중국 정부의 불법행위 결과로 고통받고 있다.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은폐로 감염증이 전 세계로 퍼져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을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인 10만여명의 목숨과 전 세계 100만여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 당국자들은 WHO에 보고 의무를 무시했고 WHO가 세계를 잘못 이끌도록 압력을 가했다"면서 "전세계는 중국에게서 바이러스에 대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회원국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힌 지 열흘여 만에 결국 이를 실행에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달 1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트위터에 공개하고 30일 이내에 실질적 개선을 이뤄내지 않으면 일시적 지원 중단을 영구적 중단으로 전환하고 회원국 지위 유지도 다시 생각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로 WHO에서 발을 뺀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내용 없었다" 美증시 안도...나스닥 올라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이나 경제와 관련해 새롭거나 심각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오히려 미국 증시는 안정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4.58포인트(0.48%) 오른 3,044.3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0.88포인트(1.29%) 상승한 9,489.87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3.75% 올랐다. S&P 500 지수는 3.01%, 나스닥은 1.77%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와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한 만큼 이날 증시는 회견에서 발표될 내용을 주시하며 장중 대체로 하락세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을 전후해서는 주요 지수들이 큰 변동성을 보였다.
   
회견 직전 일부 외신이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파기되지는 않을 것이란 보도를 내놓자 주요 지수는 가파르게 반등했다.
   
주요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견을 시작하고 중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자 급하게 반락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이나 경제와 관련해 새롭거나 심각한 조치를 내놓지 않자 재차 급반등해 장을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거의 어떤 조치도 당장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미국 금융시장은 이 발표에도 조용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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