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주 시애틀의 미니애폴리스 경찰 유치장에서 5월 25일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해산시키려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미국 전역에서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흑인 남성이 숨진 데 대한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외부세력에 의해 폭력화되고 있다"며 연방군대 투입을 포함한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사건이 벌어진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미 전역에서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항의 집회가 시작된 후 닷새째다. 당초 행진 등으로 평화롭게 시작한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곳곳에서 폭력과 방화 등으로 비화했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대통령 비밀경호국(SS)의 차량 3대를 파손하고 차 위에 올라가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물병이 날아가고 경찰은 체포에 나서는 등 충돌이 빚어졌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시내 중심가 도로가 폐쇄된 상황에서 시위대가 주의회 의사당과 경찰서를 향해 행진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평화로운 행진으로 시작한 시위가 경찰의 제지에 막히면서 충돌이 빚어져 경찰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차가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시카고 시내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뒤 망가진 경찰차 위에 시민들이 올라가 있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왔고, 필라델피아에서는 시위대가 시 청사 앞에 있는 전 시장의 동상을 밧줄로 묶고 불을 붙이고, 경찰차를 비롯한 차량 여러 대도 불길에 휩싸였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체포됐던 자리에 사람들이 모여 헌화하고 길바닥에 추모 그림을 그리며 집회를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축하하기 위한 연설에서 8분가량을 할애해 폭력시위를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벌어지는 일이 "정의와 평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플로이드 추모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먹칠을 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안티파와 급진 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며 "정의는 성난 폭도의 손에 의해 결코 달성되지 않고,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서도 "폭도의 80%는 주 외부에서 왔다.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주 경계선을 넘는 것은 연방 범죄"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을 겨냥해 "자유주의 주지사와 시장은 훨씬 더 강경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또 "그렇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개입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를 포함한다"고 연방군대 투입을 경고했다.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미네소타 주지사의 요청이 있으면 4시간 내에 군대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807년 발효된 미 폭동진압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폭동이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 부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위가 폭력 사태로 비화하는 양상이 이어지자 미네소타·조지아·오하이오·콜로라도·위스콘신·켄터키주 등 6개 주와 수도 워싱턴DC는 치안 유지를 위해 주 방위군을 배치하거나 출동을 요청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미네소타주 교통국은 미니애폴리스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들을 폐쇄하기로 했다. LA와 필라델피아·애틀랜타·덴버·콜럼버스·밀워키·신시내티 등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한편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지난 5월 25일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눌러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동영상이 흑인사회의 분노를 촉발했고 미국 전역에서 폭력 시위 사태로 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