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 경영평가 발표 앞두고 '전전긍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31 23:41

한전, 2년 연속 적자, 지난 해에는 지난 2008년 이후 최대 영업손실

탈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비용 부담 갈수록 커져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으로 반등했으나 ‘일시적 효과’

평가 결과 저조할 전망...에너지공기업들 자구노력 나서

▲2019 에너지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등급.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올해 공기업과 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에너지 공기업들이 좌불안석이다. 작년 경영 실적이 나빠서다. 평가등급이 나쁘게 나오면 최고경영자 문책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6월 하순경 발표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탈(脫)원전, 미세먼지, 온실가스 대응을 근거로 한 석탄화력 가동 축소 또는 중단, 월성1호기 조기폐쇄 등으로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그룹사들의 경영환경은 악화일로다. 지난해는 물론이고 올 들어서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전기요금 인상도 어려워져 한전 계열사들의 경영환경 개선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이 축소되는 만큼 발전사들이 통합적으로 연료계약과 운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안전과 환경’이라는 가치를 강화하면서 탈원전·탈석탄, 신재생에너지·LNG 확대를 내세우고 있고, 공기업인 발전사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이에 부응하려다 보니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경쟁만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경영평가에서 살아남을 에너지ㆍ발전공기업 사장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가 결과 D를 받게되면 대표자가 문책을 받고 직원들도 성과금을 받지 못하게 돼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공기업의 대표격인 한전은 2018년 이후 2년 연속 적자 늪에 빠져 있다. 한전의 2019년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1조3566억원으로 2008년 2조7981억원 적자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올해는 1분기 실적이 3년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저유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기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어 중장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난이 심각하다 보니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갑 사장은 취임 후 줄곧 "원가를 반영하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밝혀왔다. 그는 ‘원가를 적기에 반영하는 요금제도는 요금의 인상, 인하의 문제가 아니라  한전 경영뿐만 아니라, 국가, 전기소비자, 투자자 모두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사장의 계획이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전기료를 유예하거나 깎아줘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전기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전과 전력그룹사들은 경영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전력설비 안전은 강화하고 신기술 적용으로 공사비를 절감하는 등 재무개선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구노력에도 나서고 있다. 김종갑 사장은 신년사를 총해 "재무건전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자. 올해도 비상경영을 통해 효율을 높이면서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자"며 "세계 각국의 어떤 전력 유틸리티와 비교해도 가장 원가효율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 그룹사와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전력그룹사의 전체 이익 최적화를 도모해야 한다. 정부와 그룹사 모두가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해 그룹사가 함께 발전해 나가도록 모기업 한전이 더 노력하고 더 양보하는, 지혜로운 처신을 하자"고 강조했다.

한전은 안정적인 전력공급 범위 내에서 유휴부동산을 적극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설비보수 자체 수행, 각종 비용절감과 송·배전 설비 시공기준 개선 등 자구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또 올해 계열사들과 공동으로 비상경영체제 추진을 통한 재무개선 실행력을 보다 높일 계획이다.

다만 한전은 내적인 경영기술보다는 외적인 경영환경이 CEO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실정이어서 경영성적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관심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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