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이후 낸드 생산라인 투자
잇단 호재에 주가도 5만원대 회복
반도체 업황 회복에 투자 발표로
증권가선 목표주가 상향 조정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북 구미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증권사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 대규모 투자를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1위’와 ‘메모리(디램·낸드플래시) 초격차 유지·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2일 4만8750원에서 이달 현재 5만1400원대로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4월 17일(5만1400원) 이후 약 한 달 반만에 5만1000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지난달 22일 291조원에서 이달 현재 305조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27일 올해 자사의 3·4분기 매출전망을 기존 46~52억달러에서 52억~54억달러로 상향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같은 소식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은 마이크론의 가이던스 상향조정이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전반적인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4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400억원 넘게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은 2분기(6조3418억원)를 바닥으로 3분기 9조3493억원으로 불어난데 이어 4분기에는 10조1167억원으로 10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실적에 발목을 잡았던 모바일부문 수요가 경기 활동 재개와 함께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최근 공격적으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투자자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평택 2라인에 1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라인투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8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20’을 발표한 이후 올해 2월 화성 EUV 공장을,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각각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기자회견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달 21일 평택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조성 결정에서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 발표는 코로나19 위기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즉각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 반도체 수요가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 투자 발표가 주가와 실적에도 긍정적이라는 관측이다.
![]() |
▲삼성전자 최근 3개월간 주가추이. |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평균 목표주가는 약 6만4000원이다. 키움증권은 기존 6만원이었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2000원으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대우도 4개월 만에 분석을 재개하며 6만8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상고하저로 예상됐던 국내 관련 장비 업체 실적이 최근 투자 발표로 인해 하반기 모멘텀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장비 업체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가 완벽한 상승세를 타기엔 다소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주도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이 전제돼야 하는데, 하반기 서버 디램 가격이 2분기를 고점으로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때문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복귀 여부는 원화 강세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라며 "현재 미중 관계 악화는 지난 2018~2019년과 같은 대규모 관세 부과 문제가 아닌 증국 관련 특징 기업의 규제를 강화하는 점에서 이전보다 부정적인 영향은 약화됐다"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하는 외국인 자금들이 유출됐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수급 공백이 컸다"라며 "미중 관련 이슈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고, 디램 가격 반등 등 전제 조건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