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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장 수주를 위해 후분양, 저금리 사업비대여 등 각종 금융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신축 아파트와 재개발 단지가 공존한 서울 강북 일대의 모습.(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브랜드·특화설계보단 후분양 등 조합원 분담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제안을 한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이 평준화되면서 차별화된 특화설계를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되는 경우도 허다해 분담금이 덜 드는 쪽으로 표심이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의 경우는 인근이 자이(Xi) 타운이어서 GS건설의 승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눈에 띄는 실적이 없었던 포스코건설이 수주하는 이변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없는 후분양을 제안하면서 판도가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자체 보유자금으로 골조공사까지 완료한 뒤 일반분양을 진행한 후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을 제안했다. 분양 수입으로 공사비 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이자 등의 금융 비용을 포스코건설이 부담하는 조건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반포의 또 다른 재건축 사업장인 반포3주구도 삼성물산이 100% 준공 후 분양을 하겠다고 제안하며 수주에 성공했다. 반포3주구가 선분양을 하게 되면 착공에 들어가는 2021년 시세로 분양가를 맞춰야 한다. 그러나 2024년 준공 후에 분양을 하게 되면 공시지가 상승과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면서 선분양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발생하는 차익은 약 2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은 대형건설사 중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과 회사채 기준 AA+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없이 회사채(AA+) 기준금리 + 0.25%(5월 27일 기준 1.77%)의 저금리로 조합에 조달할 예정이다.

6월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용산구 한남3구역의 경우는 입찰에 참가하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3사가 모두 후분양을 제안했다. 이 경우 조합이 조달하는 공사비를 줄이거나 이주비, 사업비대여금 이자 등에서 각종 금융혜택 공약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공사기간과 공사비는 비례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자금이 얼마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건설사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무상 이주비 지원 등의 혜택을 내놓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과도한 금융혜택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 단축을 공약할 경우 부실공사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후분양과 같은 금융 혜택들이 일반화되면 중견건설사들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의 자체 자금 부담이 들어가므로 재무구조나 신용등급이 우량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역시 이러한 혜택을 남발할 경우 재무 부담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백준 JNK도시정비 대표는 "후분양 등을 제안해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로 인한 부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기면서 조합과 시공사 모두 조합원들의 수익성 방안에 고심할 것"이라며 "한남3구역 처럼 모두 후분양을 제안한 경우 또 다른 금융혜택을 제공해주는 건설사가 수주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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