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눈] 현대제철의 전기로 가동중단…코로나 여파 무서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6.03 10:26

김민준 산업부 팀장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국내 굴지의 철강기업인 현대제철이 결국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일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코로나19의 불길이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을 집어삼키면서 수주가 끊겼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박판열연 생산이 멈춘 건 2005년 이후 15년 만이다.

열연은 고로(용광로)와 전기로 등을 통해 생산되며 전기로 열연은 고로에 비해 원가 구조가 높아 생산 효율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기로는 한번 가동하면 멈출 수 없는 고로와 달리 언제든 켰다 껐다를 반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제철 측은 "6월부터 수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면서 "전기로 열연가동 중단은 일시적인 조치로, 노사협의회를 통해 공장가동 방안과 직원들의 운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여건이 급격히 호전되거나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의 전기로를 폐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판열연의 연간 생산 능력은 100만톤 수준으로 현대제철의 전체 생산 능력인 2400만톤을 감안했을 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수주절벽에 시달리는 철강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전기로 전원을 끄며 수요 위축에 대응하는 것은 현대제철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특수강을 주로 공급하는 세아베스틸도 6월 첫째 주부터 군산공장의 전기로 4기의 생산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기로 4기 중 일부 전기로 가동을 중단할지 혹은 원재료 투입량을 조절해 생산량을 줄일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감산 종료 시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전체 감산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동국제강도 철강업황이 부진했던 지난해 말부터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문제는 업황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는 전세계 조강생산량이 올해 16억3200만톤으로 전년 18억7300만톤 보다 12.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연간산업인 자동차나 조선업계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철강업계의 불황은 장기화될 것"이라면서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글로벌 시장이 빨리 정상화되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김민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