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도시가스 2천만 고객시대에 즈음하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6.03 11:13

정희용 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이사)


2020년 6월 국내 도시가스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

40년 4개월! 1980년 2월 대한도시가스가 민간사업자로 도시가스를 처음 공급한 이래 우리 업계가 2000만 고객을 모시기 위해 걸린 인고의 세월이다. 세계 천연가스 산업에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도시가스 고객 2000만 그룹은 영국, 독일, 이태리 등 가스 산업이 최소 100년 이상 되는 국가들로만 구성된다. 공급량은 1999년 50억㎥를 달성한 이래 매 5년 마다 50억㎥가 증가하는 K-LNG 시대를 열었다.

이에 2000만 고객 달성이 가능했던 국내 도시가스산업의 성장 원동력과 시사점을 살펴보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개선과제를 제언코자 한다.

탁월한 성장의 원동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대기환경개선과 청정연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급 요구가 미래지향적, 지속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다음은 정부의 결단력과 정책적 지원이다. 1,2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1978년 1월 동력자원부가 신설되면서 1981년 LNG 사업계획이 확정되었다. 이어서 인수기지와 주배관망이 건설되어 1986년 10월부터 발전소에 공급이 시작되었다. 실로 대단한 추진력이었다. 또한 정책금융의 지원 등으로 5000㎞의 주배관망과 4만7000㎞의 지역배관망 확충으로 전국 보급율을 85%까지 올렸다.

마지막 원동력은 도시가스업계 선대 경영진의 통찰력과 과감한 도전정신을 귀감으로 삼고 싶다. 연탄이 가정연료의 80%를 차지하던 시대에 석탄에서 가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대기업도 주저하던 대규모 투자사업에 연탄사업자가 뛰어 든 것은 대단한 모험과 결단이었다.

그러나 급속 성장했던 도시가스 산업도 2017년 256억㎥ 공급을 정점으로 침체 일로에 있다. 이미 2014년 경제성장율 보다 현격히 낮은 -7.7% 성장을 기록하여 변곡점(Inflection point)을 경험한 바 있다.

현존 에너지 중 가장 범용성(versatility)이 우수한 천연가스는 가교적 에너지원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할과 위상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선과제로는, 먼저 분산에너지원으로서의 천연가스 역할 정립과 정책지원이 요구된다. 천연가스는 에너지전환시대에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연료전지를 비롯한 가스냉방 및 소형열병합은 수요지 인근 발전으로 송전비용 절감과 하절기 전력피크 완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둘째, 국내 가스시장을 교란하고 우후죽순 격으로 추진 중인 직도입 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일부 대기업은 도시가스사업법의 허점을 이용, 싱가폴의 트레이딩회사를 통해 국내 산업체에 공급하는 우회도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10조의9가 규정하고 있는 직수입 대상물량(설비의 신설, 증설 및 연료대체)을 편법으로 운영,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여 일반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의 감독기능 강화 등 공정한 시장 룰이 조성되어야 한다.

셋째, 왜곡된 에너지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도시가스용 LNG는 개별소비세와 수입부과금 등 89.03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LPG의 세금은 24.5원/㎏에 불과하다. LPG는 서민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개별소비세 등을 인하했으나 17% 만이 가정용이며 대부분이 산업용이다.

반면 도시가스는 50%가 가정용이지만 LPG에 비해 3.6배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낮은 세금을 산업용 LPG 영업확대에 이용하고 있는데도 서민용이라고 한다. 조세형평과 과세정의는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다.

1988년 2400만 톤을 생산하던 국내 석탄산업은 2010년 이후 생산량은 200만톤, 800만 사용가구는 1만 가구로 급감했다. 100년 성장산업이 쇠퇴에 10년이 걸리지 않은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2천만 고객시대에 안주하면 석탄산업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천연가스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공정한 시장 룰이 조성되어 우리 업계에 내재된 도전 DNA를 일깨운다면 우리 업계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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