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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 회견을 위해 다목적홀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의 기소 타당성에 대해 이른바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만이다. 이 부회장 측이 배수의 진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서 검찰도 물러설 수 없는 초강수 대응으로 맞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혐의 중하다"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이 부회장 등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및 시세 조종,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과 기각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도 일각에서 거론됐지만, 결국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구속 영장 청구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 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으나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 서울에 1만 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조 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 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월 말 공개하기도 했다.

2015년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의 표준지(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최대 370% 급등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 역시 의도적인 ‘분식회계’가 맞다고 보고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 비율의 적절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해 회계 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판단한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 8000억 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 5000억 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추진됐고 이 부회장의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주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해 각각 17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조사에서 "(합병 관련 의사 결정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초강수

검찰의 영장 청구는 앞서 이 부회장이 꺼내든 ‘수사심의위 카드’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타당성을 심의해 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에 150∼250명이나 되는 외부인들이 한정된 시간에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결국 이 부회장 측이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 있는 허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도 단호하게 맞수를 놓으면서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 묘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도 관심사다. 검찰은 현재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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