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균열 조짐…감산합의 향방 ‘안갯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6.04 14:18

▲OPEC(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유가 전망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새로운 변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향후 감산 방안과 관련된 소식들이 원유시장의 기대감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유가는 장중에 상승분을 반납하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3%(0.48달러) 상승한 37.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56%(0.22달러) 오른 39.79달러를 기록했다.

감산합의 수위가 한단계 낮아지면서 1% 안팎의 오름세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40달러선을 돌파했지만 이같은 소식에 다시 30달러대로 고꾸라졌다.

OPEC+는 5~6월 두 달 간의 하루 970만 배럴 감산합의를 9월까지 연장하기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를 7월까지만 1개월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최근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9월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비교하면 한걸음 후퇴한 것이다.

OPEC+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에 대응해 5~6월 동안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감산규모를 하루 770만 배럴, 내년 1월부터 4월까지는 하루 580만 배럴까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예정된 4일(현지시간) OPEC+ 정례회의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소식에 초조함을 드러냈다. 감산 연장을 위한 회의 일정과 관련, 당초 9∼10일로 일정이 잡혔으나 이를 4일로 앞당겨 이날 향후 감산 방안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유력했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역대 최고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는 감산합의를 연장시키기 위해 목요일(4일) 회동이 예정됐지만 OPEC+는 하루 앞두고 이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이터통신은 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3개 주요 산유국이 6월 한달간 합의된 감산 할당량보다 하루 118만 배럴을 더 감산하기로 했지만 7월까지는 이런 자발적 감산을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페트로메이트릭스의 올리비어 야콥 애널리스트는 "감산 합의를 위한 회의가 앞당겨질 것이란 소식에 그동안 유가는 탄탄했었다"며 "그러나 감산 방안과 관련한 최신 소식이 엇갈리면서 유가하락을 면치 못한 게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S&P 글로벌 플래츠의 보고서를 인용해 "감산 방안을 확정짓는 OPEC+ 회의 일정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해당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OPEC+ 지도자들은 10일 회동할 것으로 전해지만 이에 대한 협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970만 배럴 연장 위해선 "약속 잘 지켜야"


이같이 산유국 회동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배경에는 일부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던 점이 OPEC+의 불만으로 작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라크,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앙골라 등의 회원국들이 감산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인내심이 떨어졌다"며 "제대로 동참하겠다는 확답을 받지 않을 경우 현재 적용되고 있는 합의안은 연장되지 않을 것으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우디와 러시아는 기만행위를 보이는 회원국들에게 약속된 감산량을 이행하도록 요구하는데 이어 향후 몇 개월 동안 추가 감산을 통해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을 메워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라피단 에너지의 밥 맥낼리 대표는 "이행율을 끌어올리는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사우디와 러시아는 진지한 분위기다"며 "개선방안이 없을 경우 그들은 (합의에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요구하는 수준을 이라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부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라크가 약속한 감산량을 온전히 따를 경우 원유생산량을 24% 추가 감축시켜 하루 328만 배럴로 유지해야 한다. 지난달 이라크는 할당량의 절반만 감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라크가 몇 십 년 동안의 전쟁, 대(對) 이라크 제재 이후 지금까지 경제를 재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어려운 요구사항이다"며 "특히 유가가 40달러 수준 밑으로까지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판매를 자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사회사 전략 에너지경제 연구소 마이클 린치 최고경영자(CEO)는 "당분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며 "원유시장의 최대 관심사항은 OPEC+가 감산을 연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느 규모로 연장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한편, 유가 전망에 대하여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PVM 오일 어소시어츠의 타마스 바르가 연구원은 "4월 말부터 시작부터 시작된 유가 랠리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배럴당 50달러가 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2021년 후반대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투자자들은 경제활동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거리 경기로 보고있지만 현실은 최소한 절반의 마라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산유국 감산 등에 따른 낙관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유가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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