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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는 시위 진압을 위해 군 투입을 허용하는 폭동진압법 발동 여부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수뇌부 내부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자청,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전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와중에 국방장관이 TV로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반박에 나선 셈이다.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피하는 ‘충성파’ 라인으로 분류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발언이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에서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교회 방문에 동행하게 될 것은 알았지만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평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 에스퍼 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샀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 확산을 초래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다.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결이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시위현장을 ‘전장(戰場)’으로 표현했던 데 대해서도 "다른 표현을 썼어야 했다"고 물러섰다. 워싱턴DC의 시위현장에 의무수송용 헬기가 저공비행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미 전역으로의 시위 확산 속에 군이 정치화한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에스퍼 장관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나는 국방부가 정치에서 떨어지도록 매우 노력하고 있는데 대선에 다가가고 있어 최근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를 의식한 듯, 현재 상황에선 폭동진압법 사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에스퍼 장관의 발언과 반대되는 입장을 내놓았다. 같은 날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만약 필요하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이날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미 언론에서는 경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이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자리를 이날 브리핑으로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고위 보좌관들은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가 내놓은 현역 군 투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분개했으며 국방장관의 발언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 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현역 군 사용 여부를 놓고 결별했다"며 에스퍼 장관이 이번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에스퍼 장관이 시위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끊는 발언을 한 뒤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매커내니 대변인은 "현재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약 대통령이 (에스퍼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앞으로 여러분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미 전역에 시위가 이어지는 위기 상황인데다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경질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당초 미 각지에서 워싱턴DC 인근에 집결한 병력 중 200명을 노스캐롤라이나로 복귀시키라고 지시했으나 이날 백악관 회의에 다녀온 후 이를 번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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