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구속 영장 청구
경재계, "우려·부적절" 한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검찰이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그룹 전반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미래 투자가 다시 ‘시계 제로’에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갈등,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등 글로벌 악재 속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현안을 직접 챙겨온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경우 삼성의 경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한국 경제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검찰의 강수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과 같이 갈 길이 먼 반도체 신규 투자 등에 급제동이 걸리고,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도 올해 들어 한 달에 두 번꼴로 국내외를 오가며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을 점검하고, 최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하는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오며 악재를 헤쳐나가고 있는 터였다.

굵직한 대규모 프로젝트 역시 줄줄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대규모 투자 등을 위해선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지원이 필수적인데, 향후 이 부회장의 운신 폭이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미뤄볼 때 당분간 차질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올해 현장경영 행보
일시 내용
1월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 방문
1월 27일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 방문
2월 2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EUV 라인 방문
3월 3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방문
3월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방문
3월 25일 수원 삼성종합기술원 방문
5월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 방문 및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회동
5월 18일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 "경제 악영향 계산하기 힘들 정도"

이날 결국 구속 영장이 청구되자 ‘설마’하는 마음으로 검찰의 결정을 지켜보던 재계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로 우리 경제에까지 미칠 파장에 촉각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더욱이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추진하는 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전폭적인 투자를 기대했었다. 헌데 이번 수사와 함께 영장 청구로 또 다시 국가 기반 산업과 맞물린 굵직한 대규모 미래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올 스톱’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데 총수에 대한 잇단 악재로 국가 경제 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규모·중장기 사업 전략이 타이밍을 잃을 것"이라며 탄식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 신인도가 떨어지면 해외 투자 계획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런 일로 경영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금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 속에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갈등 등 대내외 악재를 통과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관련한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그 정도는 계산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 "적절한 청구였나…검토 충분했는지 의문"


시간이 갈수록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모 A 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탄핵과 촛불 열기가 한창인 2016년 12월 참여연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제기에 금융감독원은 ‘문제 없음’으로 회신한 바 있고, 법원은 2017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문제 없다고 판결했다"며 "앞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계란 뒤집듯 재차 번복하며 수사하는 것은 ‘짜 맞추기’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검찰이 절제력을 잃었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B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내용은 그대로인데 결론만 뒤집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소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와 관련해 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실제 구속 여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점이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검찰의 이번 판단에 "아쉽다"는 목소리가 대체적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번 일로 인해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 기업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며,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대외 신인도 하락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무리한 영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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