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빅오일’ 탈석유·탈탄소 가시화

국내 수소스테이션(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에퀴노르가 영국에서 지구상 최대 규모의 수소생산 기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석유에 대한 수요가 언젠간 정점에 달할 것이란 전망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석유시장이 무너지자 에퀴노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로열더치셸 등의 ‘빅 오일’들이 탈(脫) 석유에 속도를 내면서 청정에너지를 키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3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에퀴노르는 영국 중부에 위치한 헐(Hull) 시 근처에 ‘H2H 솔텐드(Saltend)’ 프로젝트를 착수할 계획이다. 에퀴노르 측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설"이라고 전했다.

H2H 솔텐드는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수전해가 아닌 천연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의 생산 공정을 갖추게 된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만큼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을 함께 도입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에퀴노르는 H2H 솔텐드 기지를 통해 연간 9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는 사용 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각 산업계에서는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에 대한 수요는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된다"며 "매년 8억 3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8년에는 99%의 수소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유무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탄소를 떼어 내서 만드는 ‘회색 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이 동반된 ‘청색 수소’, 그리고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수전해 하는 방식인 ‘녹색 수소’ 등이 있다.

에퀴노르의 H2H 솔텐드 프로젝트가 생산하는 수소는 청색 수소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녹색 수소보다 청색 수소가 현실적인 방안으로 작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전체 생산되는 수소 중 녹색 수소의 비중이 거의 전무하다. 컨설팅 회사 우드 맥켄지는 작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는 수소의 비중이 전체 대비 1% 미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BNEF는 녹색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녹색 수소가 오늘날 천연가스처럼 어디서나 흔하게 사용되려면 인프라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따라야 한다는 진단이다.

BNEF 산업 탈탄소 부서 팀장인 코바드 바브나그리는 "녹색 수소 업계는 현재 규모가 작은 반면 비용은 높다. 비용 하락의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수소경제의 규모가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공급 인프라 네트워크도 구축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범정부적 정책과 민간 투자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향후 10년간 약 1500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퀴노르 H2H 솔텐드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은 오는 2023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에는 수소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이 전통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에퀴노르가 수소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은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바꾸고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청정에너지를 주력 사업으로 키워 기후변화에 대응함으로써 더 이상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기업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있다. 에퀴노르는 이번 수소생산 기지 구축 외에도 앞으로 3년간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65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석유메이저는 에퀴노르 뿐만이 아니다. BP는 중장기적으로 기존 석유와 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저탄소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올해 초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BP는 올해 2분기 최대 175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상각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석유화학 사업부를 50억 달러에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에 매각하기로 밝혔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석유화학 사업부는 회사의 나머지 사업과 중첩되는 부분이 적고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면서 이번 매각은 탄소 중립을 향한 회사의 변화를 이끌 또 하나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로열더치셸은 석유 대신 재생에너지 등을 기반으로 전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 2030년까지 세계 최대 전력생산업체가 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풍력·태양광·바이오연료·수소 등 청정에너지에 연간 10∼2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로열더치셸 또한 BP처럼 220억 달러 규모의 자산 상각에 나섰다.

이와 함께 프랑스 토탈은 재생에너지 전력 사업의 비중 확대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페인 최대 에너지기업인 렙솔 역시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CNBC에 따르면 렙솔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활용하면서 녹색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 개발을 위해 6000만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호수 혼 이마즈 CEO는 "순수 배출량 제로를 위한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녹색 수소의 생산은 렙솔의 탈탄소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소 연료전지의 활용도는 수소차를 넘어 다양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영국 수도 런던에서는 수소 버스가 소규모로 운행 중에 있으며 글로벌 철도설비 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은 이탈리아 에너지 인프라 업체 스남과 손잡아 수소열차 개발에 협력키로 밝혔다. 굴삭기 제조업체 JCB는 지난 1일 20톤짜리 수소 굴삭기를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된 ‘2020 수소모빌리티+쇼’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센트카 넵튠이 공개됐고 수소 기술을 이용한 드론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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