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2차 북미정상회담



북한이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의도와 앞으로 북미관계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인 이날 최 부상의 담화가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 부상 담화는 미국 대선을 불과 넉달여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벤트성 북미정상회담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미측 의도대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이는 최 부상이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대선 등 정치적 일정과 환경 등에 구애받지 않고 미국의 대북 위협에 맞서는 북한 나름의 시나리오가 짜여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 2, 3면을 할애에 2017년 7월 4일 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시험 발사 3주년을 대대적으로 조명했다.

과거 ICBM 시험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부각한 것은 최 부상이 언급한 ‘전략적 계산표’에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삼는 ICBM 발사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면서 대미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북한의 이번 담화 발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중재 노력 발언과 외교안보라인 교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올 10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제기, 북한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부장관의 다음 주 방한을 두고 북한 측 입장을 분명히 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당사자인 우리가(북한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내비친 한국 정부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달 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비건 미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의 방한도 겨냥했다는 관측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미국 내 대북협상의 ‘키맨’으로 평가받는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 때 북한 카운터파트를 향해 회동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당시의 북한 카운터파트로는 최선희 부상이 지목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담화와 관련해 "비핵화 협상을 정치적 이벤트로 진행하고 정치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사전 경고이자 미국이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진지하게 마련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대미압박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도 수위 조절을 하며 미국과의 협상 여지는 남겨 둔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의 담화에서 미국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 또는 자극적으로 비난한 표현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건 미 부장관이 다음 주 방한 때 내놓을 메시지가 북한의 다음 행동 계획에도 일정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 방한 기간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북미간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 협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와 더불어 최 부상의 담화 내용으로 미뤄 양측간 만남이 당장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방한하는 비건 부장관 등 미측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대북 제재 문제 등 북미간 현안에 대해 전향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장기적 대응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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