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10월부터 제도 전면 시행...1종 인증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 설치 의무화

설치 가능한 2종 인증 보일러 수 적어, 시공업자·소비자 부담 가중 우려

지난달 보일러실에 배수구가 있는데도 미인증 일반보일러를 시공해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가 발생했다. 사진은 일반보일러를 설치해 적발된 현장.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정부 보조금 지급한다는 말 듣고 보일러를 바꿨다가 큰 낭패를 봤다"

서울 종로구 일반주택 주택에 사는 A씨는 최근 유선전화를 통해 집에 설치된 보일러 제조업체 직원 B씨로부터 집에 설치된 기존 보일러 교체 권유를 받았다.

B씨의 그 권유 내용 핵심은 기존 보일러를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하면 제품가격 및 시공비 90만원 중 20만원을 정부로부터 보조받을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교체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B씨는 당시 A씨의 기존 보일러 수명까지 훤히 알고 앞으로 보일러는 정부의 인증제에 따라 친환경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A씨는 B의 권유대로 친환경 제품으로 보일러를 교체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정부 지원금 20만원을 제외하고도 제품 값 및 시공비 등 총 170만원 부담했다. 예상치 못한 특수 시공비 80만원이 더 든 것이다.

정부 지원금 20만원을 보조받아 친환경 새 제품을 설치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보일러를 교체했다가 서민으로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한 것이다.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인증제도 전면 시행을 3개월 여 앞두고 판매 및 시공 현장에서 혼선이 일면서 소비자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일러 업계 및 관련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인증제도 전면시행 시기를 연기, 당분간 시행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시행에 앞서 보일러 업계의 일반 보일러 재고 파장에 더해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살림살이 등 경제 형편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환경보전특별법 제정에 따라 올해 4월 3일부터 주택 등의 보일러 신규 설치 및 교체 시 1종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에 현재 각 가정에서 보일러를 신규 설치 또는 교체할 경우 의무적으로 고효율 친환경 보일러의 대표 격인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정부는 일반 보일러 설치 가능 기간을 오는 9월 30일까지 3개월 간 유예(연장)했다. 현재 정부 방침대로라면 오는 10월 1일부터는 소비자가 보일러를 신규 또는 교체 설치할 땐 반드시 정부로부터 1종 또는 2종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제품으로 설치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 전면 시행을 유예한 것은 시중 판매 중인 보일러 구성에서 1종 콘덴싱 보일러가 40%를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 이상이 2종 저녹스 보일러 또는 일반 보일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공비를 포함한 보일러 제품 가격은 친환경 보일러의 경우 90만원. 일반 보일러 70만원 정도이다. 정부가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보일러와 일반 보일러 값 차액 20만원을 보조해 친환경 제품을 쓰도록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친환경 보일러 인증제도 시행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성급하게 도입, 시행되면서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명확한 설치 기준이나 지침이 없어 보일러 설치 현장에서 설치기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보일러를 선택해 설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보일러 설치 시 배수구와 연통, 기타 보일러실의 환경 등에 따라 설치될 보일러가 결정된다. 특히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보일러실에 배수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규정상 보일러와 배수구 간의 거리기준조차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려는 상황에서 배수구가 보일러실이 아닌 타 공간에 위치해 있을 경우 보일러와 배수구를 연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심지어 공간을 구분하고 있는 벽을 뚫고 연결작업이 시행되기도 한다. 이 때 수십~수백만 원에 달하는 추가 설치비용이 발생한다. 그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정부가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권장하기 위해 지원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지원금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반대로 현장 시공업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콘덴싱 보일러가 아닌 일반 보일러가 설치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만약 감독기관이 단속을 통해 "친환경 보일러 인증제도 시행에 따라 반드시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했어야 한다"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면 시공업자는 과징금을 물게 된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도입한 보일러 친환경 인증제도가 오히려 일반 소비자, 또는 영세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보일러 시공사업자를 잡는 꼴이다.

시공업계 관계자는 "보일러 설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실제 시공하는 분들이 현장에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일러 설치 시 거리 기준 등을 명확히 하는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부터 저녹스 보일러도 2종 친환경 인증을 획득할 경우 보급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2종 인증을 받은 보일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설치 가능한 2종 인증 획득 보일러 종류가 적을수록 콘덴싱 보일러 설치는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앞서 제기된 문제들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일러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반 보일러보다 고가에 해당하는 콘덴싱 보일러 판매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 아쉬울 것이 없다. 친환경 보일러 인증제도가 전면 시행되는 10월까지 시중 보일러 대리점에서 판매되지 못하고 재고로 남는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없다. 이래저래 일반 소비자와 영세 시공사업자들만 부담이 가중되는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환경 보일러 인증제도 전면시행을 재고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 교체를 위해 소비자가 수십~수백 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극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지원금까지 지원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보일러 전면 교체 시행은 당분간 보류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보일러 설치 현장의 혼선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제도 시행 초기인 4월 각 지자체 및 보일러 제조사 등을 통해 일부 관련 지침을 마련, 배포했다"라면서도 "보일러 설치현장은 워낙 케이스가 다양한 100% 현장상황에 맞는 지침이 나오기는 어렵고 지속해서 관련 사례들을 모아 지침을 업데이트 해 나가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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