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주도 국내 3사, 3세대 배터리도 앞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5 12:00

LG화학- 올해 NCM712 양산·니켈 함량 증가 집중
삼성SDI- 내년 헝가리 공장서 고밀도 배터리 양산
SK이노- 中 합작 BEST서 올해 공급…니켈 90% 연구


배터리 3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은 반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는 생산 공장 신증설 등을 통한 적극적 투자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톱10’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미래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3세대 전기차 배터리(한번 충전에 500km 이상 주행) 생산에서도 국내 3사가 앞선 형국이다.

5일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에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EV·PHEV·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이 부동의 1위를 고수했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해 3사 모두 톱10 지위를 이어갔다. 반면 올해 1∼5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32.5GWh로 전년 동기 대비 23.9% 감소하면서 2위 CATL과 3위 파나소닉을 비롯해 여타 대다수 일본계 및 중국계 업체들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LG화학은 올해 1∼5월 배터리 사용량이 7.8GWh로 전년 대비 70.5% 급증해 1위로 뛰어올랐다. 삼성SDI는 33.4% 증가한 2.1GWh로, 전년대비 1계단 뛰어오른 4위에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은 59.6% 증가한 1.3GWh를 기록해 순위가 두 계단 상승한 7위를 기록했다. 국내 3사의 가파른 성장세로 세계 시장점유율 합계도 전년 동기 16.4%에서 34.8%로 두 배 이상을 상회했다.

국내 3사의 성장세는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모델들의 판매 증가에 기인한다. LG화학은 주로 테슬라 모델3(중국산),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EV(95kWh) 등의 판매 호조가 사용량 성장세를 이끌었다.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EV(71kWh), BMW 330e, 폭스바겐 e-골프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1T EV, 소울 부스터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기록했다.


LG화학

◇ LG화학 올해 안 ‘NCM712’ 양산


3세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서도 국내 3사는 경쟁우위에 있다. LG화학은 3세대 전기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하이니켈 배터리(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높은 배터리) 기술력 확보와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내 NCM712(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70%, 코발트 10%, 망간 2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며, 2022년에는 니켈 함량이 85% 이상의 코발트 함량은 5%이하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니켈은 양극재 내에서 에너지를 담당하지만 열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어 다량 함유할 경우 폭발하기 쉬워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또한 코발트는 가격이 비싸 함량을 줄이면 배터리 원가 확보에 도움이 된다.

LG화학은 NCMA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500~60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보유한 진정한 3세대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LG화학만의 특허 받은 안전성이 강화 분리막(SRS) △내부 공간활용을 극대화해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Lamination & Stacking’ 제조 기술 △차량 디자인에 맞춰 적용이 용이하며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긴 ‘파우치 타입’ 등이 결합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특허를 받은 안전성이 강화된 분리막을 적용함은 물론 배터리의 형태가 ‘캔 타입’이 아닌 ‘파우치 타입’이어서 폭발 위험이 전혀 없다"면서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용이해 배터리 수명도 길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 삼성SDI 내년 헝가리 공장서 3세대 배터리 양산

삼성SDI는 내년 헝가리 공장에서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SDI가 선보인 3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20분 급속충전 기술을 접목한 ‘고에너지밀도 600㎞ 주행 배터리 셀’과 고용량이면서 무게와 부품 수를 10% 이상 줄인 ‘확장형 모듈’이다.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셀은 20분 급속충전에 80% 용량인 500㎞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삼성SDI의 확장형 모듈은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가 모듈 한 개에 통상 12개 내외의 셀이 들어가고 용량도 2~3㎾h 수준이었던 반면 모듈 1개당 24개 이상의 셀로 기존 대비 2배가 넘는 6∼8㎾h의 에너지 용량을 구현해 본격적인 대용량 전기차 시대에 적합하다. 확장형 모듈은 용량이 커질수록 취약해질 수 있는 안전성을 오히려 더욱 높은 수준으로 보강할 수 있다. 전기차에 확장형 모듈을 장착 할 경우 부품 수 절감을 통한 경량화도 가능하다. 전기차 업계의 수요가 셀 위주에서 모듈로 바뀌고 있는 추세여서 확장형 모듈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삼성SDI는 고밀도·고용량 배터리 생산을 위해 기존 ‘와인딩’ 방식 대신 ‘스태킹’ 공정을 도입하면서 배터리 제조 방식에도 큰 변화를 줬다. ‘와인딩’ 방식은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를 둘둘 마는 형식으로 제조한다면 스태킹 방식은 배터리 소재를 일정 길이로 자른 후(Notch) 이를 쌓는 방법(Stacking)으로 최종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삼성SDI는 전기차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용량 배터리를 위해 ‘스태킹’ 방식을 새로 준비했다. 현재 천안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만들어 시험 생산한 데 이어 헝가리 공장에 양산 라인을 구축 중에 있다. 내년 헝가리 공장에서 양산될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이 스태킹 방식을 적용해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셀과 확장형 모듈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 전체를 선도할 만한 획기적인 기술로 이를 통해 주행거리, 제조효율, 사용자 편의성 등을 개선해 3세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밝힐 수 없지만 헝가리와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을 통해 현재 캐파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 SK이노 공격적 투자…올해 3세대 배터리 공급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 등과 합작해 준공한 전기차 배터리 셀공장 ‘BEST’에서 양산한 첫 작품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아크폭스(ARCFOX) SUV ‘마크5’에 탑재한다. 마크5에 탑재하는 배터리는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각각 80%, 10%, 10%인 ‘NCM811’로 1회 충전에 최대 450∼500㎞를 달릴 수 있는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로 올해 하반기에 출시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니켈 비중을 80∼90%까지 높이면서 안전성을 높이는 안정화면에서 선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NCM811보다 진화한 배터리(NCM9 1/2 1/2)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국내 3사 중 전기차 배터리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2018년 충남 서산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을 돌입한 이후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에 공격적으로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1·2공장이 착공했고, 20GWh 규모의 중국 창저우 2공장도 완공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 배터리공장 4.7GWh를 포함해 전기차 연산 약 25만대에 공급 가능한 약 12.2GWh 생산능력을 갖췄다. 조만간 헝가리 코마롬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19.7GWh로 확대된다. 또한 미 조지아 배터리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2년에 올해 상업 생산에 들어가는 중국, 헝가리 공장과 함께 글로벌 4각 생산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100GWh 생산 능력을 갖춰 글로벌 톱3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의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 글로벌 생존경쟁 치열 긴장해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전기차 산업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조만간 중국 시장은 물론 미국과 유럽 시장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어 배터리 사업에서 앞서가고 있는 국내 3사에는 호기"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 및 연비 규제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SNE리서치 분석 결과 올해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은 434GWh로, 2030년에는 2985GWh까지 확대돼 588%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환경규제에 각국이 전기차 보급 확대 전략을 펼치면서 2024년부터는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당장 2023년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는 406GWh인 반면, 공급은 335GWh에 불과해 18%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CATL이 테슬라, GM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손잡은 데 이어 대규모 R&D센터까지 신설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와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왔던 CATL가 이제는 기술력이나 글로벌 공급능력에서도 국내 3사와의 격차를 없앴다. CATL과 같은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국내 3사는 기술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노력이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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