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LNG선박 100척 수주의 조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6 13:50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지난달 우리에게 전해진 카타르발 낭보는 한줄기 단비와 같았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지난달 1일 국내 조선 3사와 약 100척 규모의 LNG선 관련 협약을 맺었다. 한화 약 23조6000억 원 규모다.

‘잭팟을 터트렸다’는 흥분과 기대감은 고스란히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내 조선 3사의 주가는 일제히 약 20% 내외 급상승했다.

정부가 지난 3일 3차 추경을 통해 확보한 한국형 뉴딜 관련 사업 예산이 약 23조9000억 원. 카타르 LNG 선박을 건조해 벌어들인 23조6000억 원에 달하는 외화가 국내 들어오면 환율이 급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그러한 바람이 현실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다만 그에 앞서 한번쯤은 그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이번 계약은 QP가 2027년까지 국내 조선 3사의 LNG선 건조 공간(슬롯) 상당부분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정식 발주 전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 확보’ 계약에 해당한다. 아직 국내 조선사 누가 몇 척의 LNG 선박을 건조할지 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LNG 선박 발주는 LNG 도입계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카타르가 우리 조선업에 그토록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물론 세계 최고의 기술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지난 수십 년 간 카타르 LNG를 구매한 소비자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단일 회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LNG를 구매하는 가장 큰 손이다.

가스공사는 1995년 카타르와 계약한 라스가스 프로젝트를 통해 1999년부터 현재까지 연간 약 492만 톤의 LNG를 수입하고 있다. 25년 동안의 장기계약이다. 2007년부터는 신규 카타르 라스가스 III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20년 장기계약을 체결, 연간 약 210만 톤의 LNG를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2012년에는 라스가스 III LNG를 통해 연간 약 150~200만 톤씩 LNG를 수입하는 20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계약한 LNG는 2013년부터 국내 수입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가스공사는 2012~2016년 간 중기계약을 통해 연간 약 200만 톤의 라스가스 III LNG를 수입한 바 있다.

우리가 23조원 규모의 LNG 선박 ‘수주 가능성’으로 고마워 할 때, 카타르는 지난 수십 년 간 수백 조 원의 LNG를 한국에서 팔아 치웠다. 그것도 장기계약을 통해 ‘매우 안정적’으로 말이다.

카타르 계약물량은 이제 2024~2026년이면 연간 700만 톤 이상 종료된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LNG 구매고객인 가스공사와의 장기계약 연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때에 카타르가 LNG 선박 100척 발주 카드를 꺼내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닐까.

물론 우리는 카타르 LNG를 또 다시 구매하고, 대신 LNG선박 100척을 모두 수주해 건조해 주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저렴한 셰일가스를 무기로 하는 미국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BP와 LNG 장기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부터 15년간 연간 158만 톤의 미국산 LNG를 도입하기로 했다. 반드시 카타르 계약 종료 물량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 종료가 임박한 2020년대 중반의 필요물량 확보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카타르가 가스 구매를 조건으로 중국선박공업(CSSC)과 총 16척 규모의 선박 건조 공간 확보 계약을 체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샴페인은 절대로 너무 일찍 터트려서는 안 된다. 거품이 가라앉으면 볼품도 맛도 모두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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