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기후위기 비상선언, 그리고 지방정부의 역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7 11:27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행정학 박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겪고 있고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직면한 총체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은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으며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초기에 한국형 뉴딜을 이야기하다가 이제 그린뉴딜로 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코로나 상황이나 그린뉴딜 추진의 근본 뿌리는 바로 기후위기에서 기인한다. 이미 1990년대부터 위기의 징후를 보인 기후변화 상황은 갖가지 기상이변과 대규모 산불(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과 같은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통제하기 어려운 감염병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해 더 강력한 감염병을 포함하여 대재앙이 언제든지 우리를 덮칠 수 있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하여 그린뉴딜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이 발생하지 않는 ‘탄소중립(Net Zero·넷 제로)’을 선언하고 이에 맞게 정책의 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그린뉴딜 정책 추진에 대한 목소리가 시민사회로부터 출발하여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226개 지방정부 중 224개가 참여하여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하고 정부와 국회에 탄소중립 선언을 요구하는 한편 지방정부 스스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자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할 것을 결의했다.

에너지정책은 아직까지 중앙정부 중심으로 추진되지만,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는 지역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거의 모든 지방정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상선언에 참여한 것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사회의 움직임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사건임에 분명하며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비상선언에 참여한 기초지방정부 수장인 시장·군수·구청장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하여 얼마나 깊이 있게 인지하고 있는지, 또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 진정성을 가지고 동참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단적인 예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가 이번 비상선언에 참여했지만, 강남구는 자신들의 앞마당인 수서역 공영주차장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방해하고 있다. 서울시와 에너지협동조합들이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에 의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강남구는 물론 강남구의원, 강남구 소속 서울시의원 등이 나서서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고, 근거도 없는 가짜뉴스를 내세워 태양광 설치를 반대하는 여론을 만들고 있다.

결국 강남구의 부작위(不作爲) 행위에 대하여 협동조합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1차 변론기일인 이달 9일이 다가오면서 강남구는 더욱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강남구 상황을 전체 지방정부의 모습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하지만 지난해 과천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행한 바 있듯이, 적지 않은 지방정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참여한 지방정부들이 자신들이 서명한 선언문의 내용처럼 재생에너지 확대를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비상선언의 진정성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라도 강남구와 같이 선언내용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지방정부를 설득하여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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