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희 단감건축사사무소 대표
우리나라의 전통 주거문화는 1945년 해방과 1950년 한국전쟁 등으로 사회적 혼란과 서양문물의 도입으로 유교사상의 붕괴와 사회·정치·경제 그리고 문화적인 요인으로 격변을 맞이하게 된다. 입식 위주의 생활과 주거의 기능과 경제성을 강조하게 되면서 공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부엌(최근에는 주방이라는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 공간)과 화장실이 실내 공간으로 유입되었고, 건축공법으로는 철근콘크리트와 유리를 주재료로 하는 고층화와 집합주거 형태의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특히, 수도권으로 인구가 밀집되는 현상으로 인해 주택의 고층화와 집합주거의 형태는 불가항력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1960년대 마포 아파트 건설, 1980년대는 다가구 및 다세대주택의 보급과 증가되고 있었고, 수도권의 신도시 개발사업은 주거환경의 문화를 아파트와 주상복합으로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고, 획일적인 주거 공간 문화와 가끔은 부실시공 인하 주거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도권 지역의 주거공급은 수요와 공급 격차로 인해 주거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한 ‘포스트 코로나’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교류해야 하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때 아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다들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적응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세상을 맞이하고 그 변화가 너무나도 급변하고 있다.
건축시장에서도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고 있고, 모든 것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직장인들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많은 사람들은 쇼핑을 온라인을 통한 쇼핑을 즐기는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는 주거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몰고 왔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획일적인 주거 문화가 아닌 우리 가족만의 주거 문화를 만들어가지 위해서 집 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한번 즈음 고민해 볼 만 할듯하다. 우리 가족들의 주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것을 선택해서 공간을 담는 그러한 주거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우선 필자는 나만의 주거를 만들기 위해서 집짓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그 내용을 펼쳐 볼 예정이다.
집 짓기의 가장 중요한 순서 중에 하나는 건축설계이다. 좋은 설계가 좋은 공간, 좋은 집을 만드는 법이다. 좋은 공간과 좋은 집이 만들어지면 가족이 행복할 것이고, 그러면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다. 그 행복을 만들기 위한 집 짓기의 첫 단추는 아무래도 건축설계임이 분명하다. 설계는 당연히 건축가가 해야 한다. 허나, 실상은 건축가가 진행하지 않은 사례와 실제로 내 집을 지으면서 건축가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건축이 진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나마 요즘 건축주의 건축을 임하는 자세가 예전보다는 많이 향상되어서 건축설계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그래도 건축설계에는 그저 건축의 서비스 부분으로 이해하시는 분들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설계비에 예민하게 접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듯하다. 완성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님에 과정을 함께 하는 기초가 되는 건축설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충분한 설계 기간과 건축가와 충분한 교감을 나눈 뒤 우리 가족에 대한 습관, 관계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우리 집에 고스란히 담아 줄 건축가를 선정하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거쳐야 좋은 설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집짓기는 완성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들의 공간을 건축가와 함께 과정을 함께하면서 완성된 상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상품인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시간과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많아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우리 집에 공간 활용에 대해서 좀 더 깊게 고려해 볼 시점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