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결국 기내식·기내면세 사업 매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7 19:21

▲7일 인천국제공항에 멈춰선 대한항공 항공기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나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대한항공이 결국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자구안의 핵심인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화 방침에 가로막혀 차질을 빚자 눈물을 머금고 알짜 사업부를 내놓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7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 추진을 위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한 뒤 한앤컴퍼니와 매각 업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향후 실사 등 구체적인 후속 진행 상황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기내식기판 사업본부의 매각 금액이 대략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내식기판 사업본부는 연 매출 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 알짜 사업부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정상화되고 수요가 회복되면 곧바로 매출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부문이어서 내부적으로는 실적 회복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몽니’로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대한항공은 고심 끝에 기내식과 기내판매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론 내렸다.

기내식기판 사업본부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호텔·레저 사업과 함께 애착을 가지고 관리했던 사업 부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남매의 난’이 벌어진 계기 중 하나도 조 전 부사장의 측근인 기내식기판 사업본부 담당 임원 상당수가 퇴출당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매각 추진건으로 기내식기판 사업 부문 직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해당 사업 부문 직원들의 처우와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매각 추진을 계기로 대한항공의 사업 재편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간 기내식기판 사업본부와 함께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던 항공정비(MRO)와 마일리지 사업부는 일단 이번에는 매각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식기판 사업본부 매각으로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추가 사업부 매각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추가적인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자구안 마련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까지 계획대로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이날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을 1만4200원으로 확정해 공시하기도 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로, 총 1조1천269억8000만원 규모다.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보통주 기준 29.96%)도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한진칼의 유증 참여 금액은 3205억원 규모로, 출자 후 지분율은 29.27%다. 또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송현동 부지, 왕산 마리나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다. 지난 2일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에서는 1조원의 추가 지원도 약속받은 상태다.


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

이나경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