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칼럼] 핵심을 비껴간 주택정책의 방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8 16:59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동향과 대응방안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보고를 토대로 주택정책의 주요 방향을 제시했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천명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핵심을 비껴갔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까지 세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으로는 지난 6·17 대책에 따른 대출규제를 꼽을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주택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일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추가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주된 이유는 6·17 대책의 범위가 경기도 대부분을 포함하면서, 대출을 최대로 끌어써야하는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집값이 비싸면 가진 돈에 맞춰 경기도로 가라는 얘기는 이제 과거가 되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내용도 있었다면 이번 이슈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생애최초 구입자 등에 대한 혜택이 강조된 것은 의도치 않은 역차별의 가능성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일단 가진 돈에 맞춰 작은 평수의 실거주 주택을 구입했다가 자녀가 생기는 등의 이유로 집 크기를 넓혀가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생활행태이다. 이 경우는 생애최초 구입이나 무주택자가 아니다. 투기세력이나 적폐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문제는 최근 1년간을 비추어보더라도 그간 정부가 발표했던 주택공급방안을 넘어서는 추가물량을 계획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준공업지역의 주거비율 상향 등을 담은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강화 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추가로 주택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일각에서 주장하는 3기 신도시의 자족용지 비율을 재조정하는 것은 오히려 신도시의 베드타운화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도 어렵다. 멸실주택수를 제외한 순증가세대가 적어도 몇 만 단위는 되어야 효과가 있을테니, 서울 전역을 공사장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애초부터 쉬운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재개발도 기존 영세주민들에게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안이다. 현 정부의 도시재생정책이 왜 친서민적인 면모를 가지는지를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현황에서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려면, 결국 기존에 계획된 주택공급물량에서 배분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실무적인 방안으로 꼽힐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했던, 작은 집에서 크기를 넓혀가는 사람들이나 고연령 무주택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구입자 등을 최우선 공급대상으로 삼는 것이 꼭 사회정의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동일선상에서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물량 확대가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입주 때까지 기존 주택을 매입하지 않는 전세수요로 남을 것이기에, 이런 부분은 소소하게 보이더라도 주택시장에는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기성 주택보유자에 대한 규제강화는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었던 사안이기에 사실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정부정책은 예측가능성을 기반으로 신뢰도가 축적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보완의 여지가 있다. 특히 다주택자와 관련된 정부 인사들의 논란 등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미에 부합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제시되지 못하는 점은 특히나 그렇다.

◇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민간투자사업·도시재생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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