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발전전략 수립, 산업계 반발에 가시밭길 예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9 14:14

기업활동 위축, 일자리 감소 등 문제점 제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 개최된 UN총회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윤지 기자] 국가 온실가스 배출목표 등을 담을 정부의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이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산업계는 기후 온난화를 막기 위해 저탄소 발전전략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과도한 목표를 수립할 경우 산업 활동 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만들고 있는 저탄소 발전전략 수립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해 올해 연말까지 유럽연합(UN)에 제출해야 한다.

파리기후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를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9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계는 학계·산업계·시민사회 등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이하 민간 포럼)’이 지난 2월 우리나라 기후변화 정책의 장기 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사회 전환과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국가경제 구현’에 대해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고 비판한다.

이 비전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구성해 운영한 민간포럼의 활동 결과로 저탄소 발전전략의 밑그림으로 여겨져 왔다.

민간 포럼에는 △총괄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비에너지(농축산·산림·폐기물) △청년 등 7개 분과에 관계부처·산업계 등에서 추천한 100여 명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기술분석 등 포럼 의사결정을 위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에너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중심 22개 기관 34명도 포함됐다.

민간 포럼은 205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75%에서 최소 40% 감축하는 시나리오 5개(1안 75%, 2안 69%, 3안 61%, 4안 50%, 5안 40% 감축)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Net-zero·넷 제로) 달성방안 논의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민간 포럼은 검토안에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포럼 최대 감축안인 1안보다 더 획기적인 감축수단 도입과 정책, 기술, 행태변화 등 제반조건 검토가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목표는 정책 지원, 기술 확보, 기술 안정성과 감축 비용 부담 등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기업활동 위축 등을 불러오는 비현실적 목표라며 반발하고 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5대 업종 협회는 전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산업계 토론회’를 갖고 "한국 주력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민간포럼 검토안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감축수단에 대한 대안 없이 민간포럼의 권고안대로 확정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5가지 권고안에 따른 국내 제조업의 전후방 산업까지 고려하면 최소 86만 명에서 최대 13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는 "포럼 검토안은 관계부처 추천을 받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지난해 60여 차례의 논의를 통해 정부에 제시한 결과"라며 "정부는 하반기에 산업계를 포함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1일까지 2050 LEDS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에는 2일부터 23일까지 5차에 걸쳐 전문가·산업계·시민사회 토론회를 진행하며, 9월 정부안 초안을 토대로 국민대토론회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10월에서 11월 중 정부안을 확정해 녹색위 국무회의에 심의 및 보고한 후 12월 대한민국 LEDS를 UN에 제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탄소 전환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 그리고 장애요인과 극복방안에 대해 산업계를 포함해 국민과 충분히 논의하고 그 결과를 LEDS 보고서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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