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에 응한 다주택자들 ‘비상’…일반 다주택자들은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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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들이 연대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 #. 2017년 임대사업에 뛰어든 A씨는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쓴소리만 내놓는다. 온갖 혜택을 준다는 정부에 꼬여 평생 아끼고 모아 기회가 될 때마다 산 부동산을 바탕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이제는 혜택을 아예 없앨 수도 있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갭투자’도 하지 않았지만 구입한지 10년이 되지 않은 부동산들을 내놓을 경우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팔 수도,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새로 내놓을 부동산 대책 중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에 주택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갑자기 혜택을 줄이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17년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한 규제책, 임대주택 공급을 핵심으로 한 주거복지 로드맵에 이어 정부의 부동산 시장 관리를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주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여줬다.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 민간 임대주택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다주택자에게 ‘당근’을 주면서 퇴로를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준공공임대 성격의 가구수를 확대해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같은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관점에서였다.
주요 혜택으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기간을 2021년까지 연장하고 재산세 감면대상이 확대됐다. 임대사업 등록자에 대한 필요경비율을 60%에서 70%로 높이고 미등록자는 50%로 낮추는 등 적극 등록하게 했다. 장기임대 8년시 재산세도 감면해줬다. 8년 이상 임대시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도 50%에서 70%로 늘렸다.
이에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2017년 26만1000여명이었던 임대사업자는 올해 1분기 51만1000여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등록된 임대주택 역시 98만호에서 156만9000호로 크게 늘었다.
세금혜택과 시스템 정비를 통해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하고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보장을 위해 주택임대사업을 ‘양지’로 이끌어 내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이는 ‘갭투자’ 활성화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점차 줄였고,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혜택 축소가 아닌 ‘폐지’ 카드까지 만지고 있는 상황이다.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뜻하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될 경우 일반 임대인과 임대사업자의 차이가 없어져 사실상 혜택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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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임대사업자와 주택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 비교. |
앞서 정부의 독려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다주택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위헌이라며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미 대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임대사업자협회 창립도 추진 중이다.
누리꾼 ‘모비***’은 부동산 커뮤니티에 "정부가 내놓으려는 부동산 대책은 집을 공급하기는 커녕 공급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누리꾼은 이어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원흉인 것처럼 마녀사냥을 하는데 다주택자들이 많아서 민간 임대 아파트가 풍부하니까 비교적 저렴한 전월세가 공급되는 것"이라며 "다주택자가 다 전멸해서 전세가 하나도 없으면 당장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 가서 사나"라고 성토했다.
한 누리꾼은 "애초에 임대사업자로 집을 사 모으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집을 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게 어느 정부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 양주, 구리 등에 집을 보유하고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B씨는 지난해 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오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3년간 보유했던 양주의 아파트를 팔았다. 이어 지난달 말 보유기간 10년을 채운 구리의 집을 매도하면서 절세에 성공했다.
그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혜택이 없어지거나 법이 개정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2017년 임대사업자 붐에 편승해 등록한 업자들은 3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지 못해 난리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미 등록한 임대사업자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해 혜택 축소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