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실적 개선"...마냥 웃을수만 없는 한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9 17:14

1분기 이어 2분기에도 흑자 전망
코로나 여파 전기료 인상 '발목'
누진세 완화 등 부담 날로 커져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잇단 경영실적 개선의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전은 1분기에 이어 2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분기 연속 흑자 행진 전망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형편이다.

에너지 최대 공기업으로서 최근 서민 전기료 부담 완화, 에너지 전환 등 한전의 정책 기능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그간 대체로 매년 영업흑자를 기록, 정부의 산업 정책을 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떠맡아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 한전에 기대하는 역할이 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3년 차인 지난해 한전이 뜻밖에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보이면서 정부와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한전은 당초 올해 예고했던 전기료 인상 계획을 최근 연기하고 신재생 에너지 지원 확대 등 에너지 전환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또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한전공대 설립, 석탄화력발전 감축과 LNG(천연액화가스) 발전소로의 전환 등 산적한 과제의 본격 추진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는 서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수행 등 취지로 이뤄진 조치다.

연초부터 실적 개선에 따른 정부와 한전의 자신감이 톡톡히 한몫 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한전의 경영환경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시적일 수 있는 실적 개선 조짐에 한전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한전 안팎의 볼멘 소리도 들린다.

한전은 올 1분기 연결기준 430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3분기(영업이익 1조2392억원) 이후 2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1분기에 흑자를 낸 것은 2017년(1조4632억원) 이후 3년 만이다.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연료비·전력구입비 감소였다.

한전은 올해 6월까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와 1분기 실적 흑자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다시 미뤄졌다. 여기에 올여름도 폭염과 열대야 횟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침체와 전력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 요금 인상안’을 꺼내 들 경우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 청와대는 전기요금에 각별히 신경 써왔다. 2년 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시적 주택용 누진세 완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해 시행된 바 있다. 올 3월에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4대 사회보험과 전기료 면제 또는 유예 방안 등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결국 한전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 및 경북 3개 지역(경산·봉화·청도) 소상공인의 6개월분 전기요금 감면과 전국 소상공인, 취약계층 가구를 대상으로 올해 4~6월 3개월 분의 전기요금 납부기한 유예를 결정하기도 했다.


◇ 전기요금은 못올리고...전기차 충전소 기본료 징수는 강행

한편 문재인 정부는 줄곧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왔다. 2017년 10월, 백운규 문재인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2022년까지는 수요, 공급 고려했을 때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성윤모 현 산업부 장관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성 장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한전의 적자를 직접적인 이유로 전력요금 인상을 고려하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 사이 한전은 2018년 2080억원, 2019년 1조2770억원 등 지난 2년 간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이에 김종갑 사장은 수차례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전도 이미 지난해 올해 6월까지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며 명분을 축적해 왔다. 다만 코로나19 등 복합적인 이유로 또 다시 미뤄졌다. 한전은 하반기 중 전기요금 개편안을 다시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충전소 요금은 올렸다. 지난 1일 한전은 당초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위해 면제했던 기본요금을 올 7월부터 50%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본요금이란 전기차 충전기계에 대해 사용 유무에 상관없이 무조건 1기당 한전이 부과하는 비용이다. 고정형 충전기 기본요금은 2만534원으로 이 중 50%인 1만267원이 이달부터 부과되고 있다. 이에 전기차 충전요금은 기존보다 최대 3~4배가 늘었다. 한전은 기본요금을 향후 1년간 50%를 부과하고 이후 75%, 100%로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설치한 충전기 중 절반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실정임에도 정부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기본요금 부과를 밀어붙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전 측은 "신설 당시 2019년까지만 적용할 예정이었고 6개월 한 차례 연장해준 바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내 전기요금 산정은 한전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 인상을 말하기 쉽지 않은데 한전이 추진해야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 과제들은 많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소 사태를 보듯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합리성과 일관성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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