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인권변호사·시민활동가서 서울시장으로···여권 대선잠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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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판 그린뉴딜’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인권변호사, 시민활동가로 일하다 단번에 서울시장에 당선돼 주목받았다. 이후 3180일간 재임하며 ‘최장수 서울시장’ 타이틀을 얻었지만 결국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박 시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벌였다가 물러난 뒤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당시 2011년 10월 27일, 만 55세의 시민운동가이던 경남 창녕 출신 박원순이 만든 기적이었다.

공직선거에 처음 도전한 정치 초년생이 곧바로 서울시장 자리를 꿰찬 셈이지만 그는 정계에 입문하기 오래 전부터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미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으며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이 단체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한국 시민운동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기에 일어난 1995년 사법개혁운동, 1998년 소액주주운동, 2000년 낙천·낙선운동 등 굵직한 시민운동에 함께하며 사회 개혁에 앞장섰다.

시민운동가 이전 박 시장은 유명한 인권변호사였다. 학생운동으로 구속돼 서울대에서 제명된 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와 함께 검사로 임용됐다가 1년만에 나와 고(故) 조영래(1947∼1990) 변호사와 함께 일했다. ‘인권변호사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와 함께하면서 박 시장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사건, 말지(誌) 보도지침 사건 등의 변론을 담당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 중 하나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남은 임기 2년 8개월을 넘겨받은 박 시장은 세세한 부분까지 사안을 꼼꼼하게 챙겼고,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물들을 대거 서울시로 데려와 곳곳에 배치했다.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도전을 받은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는 수성에 성공하며 재선 서울시장이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선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곤 했지만, 재선 성공을 계기로 박 시장은 완연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전격적으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단행하는 등 결단력을 과시하며 한때 대권 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2018년 6월 14일에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 남은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였다. 보장된 임기를 모두 채웠더라면 그는 서울시장으로 11년 8개월여간, 일수로는 3900일간 재직하고 물러날 예정이었다.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직접 발표한 정책은 지난 8일 ‘서울판 그린뉴딜’이었다. 박 시장은 당시 "세계가 혼란스럽고 방황할 때 저희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가면 새로운 산업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보는 대대적 친환경 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9일 오전 박 시장은 이미 공지했던 일정까지 모두 취소하고 잠적했으며, 오후에 딸의 실종 신고를 받고 북악산 일대 수색에 나선 경찰에 의해 10일 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생전에 "조선 시대 서울시장 격인 한성판윤부터 따져도 저보다 서울시장을 오래 한 사람은 없다"는 농담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3선 시장을 지내며 신선함이 떨어져 대권 주자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지지율에 개의치 않으며 청년·복지·환경에 관심을 계속 쏟았고 취약계층 보호에도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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