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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박원순 시신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취재진과 일반 시민들이 모여있는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나경 기자] 10일 숨진 채 발견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64)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각계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유일하게 서울시장에 세 차례 연임한 인물인 만큼 이용훈 대법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부터 종교계 인사들 까지 무거운 발걸음으로 현장을 찾았다.

오전 9시.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조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일부 조문객들은 눈물을 훔치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장례식장 문에는 ‘출입통제’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었으며 취재진이나 일반 시민들의 조문은 금지됐다. 장례식장 내부에서는 서울시청 직원들이 취재진과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빈소에는 박 시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주 역할을 하면서 유족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 이해찬·김부겸 등 여권인사 조문행렬…미투 의혹 질문엔 버럭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조문을 마치고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


빈소가 채 준비되기 전부터 여당 인사들은 검은 양복과 넥타이의 상복 차림으로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 박원순계 의원으로 불리는 허영 박홍근 남인순 윤준병 의원 등은 전날 빈소가 마련되기 전부터 장례식장을 찾아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낮 12시께 무거운 표정으로 빈소를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약 30분 가량 조문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시장과 저하고는 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온 오랜 친구"라며 "친구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참 애석하기 그지 없다"고 애통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사회에 무너졌던 시민운동을 일궈내고 서울시 행정을 맡아 10년 동안 잘 이끌어왔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고나니까 뭐랄까 애틋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박원순 시장 뜻과 철학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해서 서울시를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뒷받침 하도록 하겠다"며 "참으로 안타깝다"고 재차 조의를 표했다.

‘고인에 대한 성추문 의혹 등에 대해 당차원 대응을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합니까"라고 말하며 격노했다. 이 대표는 해당 기자를 한참 노려본 뒤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분노를 삭히지 못하며 이후 이어진 질문엔 답변하지 않은 채 빈소를 떠났다.

비슷한 시간 전날 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전 의원은 "유족들이 마음 상태가 위로의 말을 들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따님이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 전현직 정치인부터 종교계 인사들까지…"황망하고 허무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오를 넘기며 전 현직 정치권 인사들도 속속 빈소를 찾았다. 오후 12시 30분경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 부의장을 시작으로 송영길, 이개호, 김성주, 한정애, 백혜련 등이 조문을 했다. 

비슷한 시간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삶을 포기할 정도로 가혹한 그런 박원순이 저는 원망스럽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동지가 갔을 때 가슴에 큰 구멍이 생겼다. 이제 평생 또 다른 가슴의 블랙홀을 세 개나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조 교육감과 박 시장은 1994년 설립된 참여연대의 창립멤버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서울시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 서울시정과 교육행정을 함께 담당하는 러닝메이트 역할을 했다. 평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박 시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오기도 했다.

아울러 유력 인사 중에선 손학규 전 대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오후 빈소를 들러 조문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박원순 시장은 위대한 시민운동가이기도 하고, 서울시장으로서 국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갑자기 떠나 황망하고 비통하기 짝이 없다"며 "박원순 시장이 하려다 못한 모든 국제적 국가의 과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나가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오후 2시 24분쯤 빈소를 방문해 "볼일을 보러 왔다가 내려가는 중에 비보를 들었다. 너무 놀랐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인사들과 원불교 등 종교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오전 0시 1분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이 ‘유언 같은 말’을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며 딸이 신고한 지 7시간 만이다.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이달 13일로 예정돼 있다. 일반 시민은 서울시가 설치한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조문할 수 있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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