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공항 활주로에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인수합병(M&A) 성사를 위해 선결 조건을 이행하라고 제시한 마감 시한(15일)이 눈앞으로 다가와 업계의 시선이쏠린다. 당초 양측이 ‘폭로전’ 양상으로 감정싸움을 벌여 매각전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스타항공이 막판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고 있는데다 정부도 중재에 나서고 있어 제주항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오는 15일까지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해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규모를 1000억원 미만으로 줄여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일 직원을 상대로 2개월치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 투표를 진행하는 등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투표 결과 조종사노조를 제외한 직원 1261명 중 42%가 투표에 참여해 이 중 75%가 임금 반납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타항공은 그간 사측에 각을 세운 조종사노조에도 임금 반납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리스료와 유류비 등의 미지급금을 놓고도 관계사와 협상 중이다.
정부도 뒤늦게 매각전에 관심을 주고 있다. 노동부는 앞서 지난 8일 이스타항공 노사를 잇달아 만나 체불 임금 해소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직원들의 임금 반납 의지 등을 제주항공에 전달하며 중재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양측을 만나 M&A 성사를 촉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대승적 차원에서 계약을 성사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한 뒤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7일 공식 입장에서 "선결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다만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 반납 움직임과 정부의 중재까지 더해지며 제주항공의 대승적인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선결 조건 이행만 주장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양사 간 논란이 됐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는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부가 인정함에 따라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의 현금 동원력은 변수로 꼽힌다. 제주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상태라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 향후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면 대승적 차원에서 딜을 성사시키기는 부담일 수 있는 셈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고 해도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을 회복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또다시 고정비 지출 등의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제주항공의 2대 주주인 제주도가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도 신경써야 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정부에 추가 금융 지원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시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한편 이스타항공에서는 전체 직원 1700여명 중 수습 부기장 80여명이 지난달 3월 계약 해지된 데 이어 60여명이 희망 퇴직했고 이후에도 100여명이 자진 퇴사한 상태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돼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경우 1500명 안팎의 근로자가 거리로 나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