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또다시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글로벌 원유 수요의 약 10%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12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닉 커닝험 연구원은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주(州)들은 수천만 명의 운전자들이 살고 있는 주이기도 하다"며 "휘발유 소비가 점차적으로 늘고있긴 하지만 사태가 심각한 애리조나, 텍사스, 프롤리다 주에서는 집에 머무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커닝험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3째 주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4월 초 저점을 기록한 하루 500만 배럴 대비 급증한 860만 배럴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하자 휘발유 수요가 6월 말까지 점차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내 휘발유 수요가 7월 첫째 주 하루 88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이와 동시에 원유재고도 전문가 예상치보다 큰 폭으로 늘어 원유 수요에 대한 낙관론도 위협받고 있다.

커닝험 연구원은 "휘발유 수요는 작년 수준대비 하루 100만 배럴 낮은 상황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환자가 지난 8일(현지시간) 300만명을 돌파한 이후에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6만명 대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의 새로운 코로나19 확산지로 거론되고 있는 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 주에서는 일제히 하루 신규 사망자가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밖에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위스콘신, 앨라배마, 아이오와, 미주리, 몬태나 주 등에서도 확진자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지사·시장들은 규제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식당 내 식사 인원을 정원의 50%로 낮추도록 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중증외상센터 지역(TSA)에 있는 모든 카운티의 병원들에 필수적이지 않은 수술을 중단하도록 했다.

뉴욕시는 9월 말까지 모든 대형 행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 도시의 사랑받는 행사들을 취소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우리의 초점은 도시 공간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인의 40%가 사는 주에서 경제 재개가 보류됐고, 다른 30%가 사는 주에서는 재개 계획이 일부 반대로 되돌려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 또는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이런 관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주는 심각하게 봉쇄(shutting down)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재봉쇄를 권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일부 주가 너무 빨리 경제 재개에 나섰고, 다른 주에서는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민들이 보건당국이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원유시장에 낙관론 깔렸다"…휘발유 수요 하락 전망

전문가들은 유가에 하방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 JBC에너지는 최근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미국에서 누적 환자수가 300만명을 돌파한 점을 고려하면 원유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도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휘발유 수요 전망에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JBC에너지는 특히 미국에서 휘발유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들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이번달 휘발유 수요의 하락세가 강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또다시 매우 엄격한 봉쇄령이 떨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될 경우 장부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규제조치를 내놓을 수 밖에 없어 집에 머물게 되는 시민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역시 현재 국제유가에 대해 "너무 많은 낙관론이 깔려있다"며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현 상황과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인해 유가 정상화는 매우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은행은 이어 "원유 재고 오버행은 2022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 산유국의 연대체)가 감산합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점을 전제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EIA는 최근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STEO)를 발표하면서 올해 휘발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210만 배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올해 6월 전망치인 하루 230만 배럴 감소 대비 상향 조정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수요 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들이 제기되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애널리스트는 "트레이더들은 규제조치가 아직까지 느슨한 상황 속에 강도 높은 봉쇄령이 내려질 경우 수요가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되는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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