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종부세 1억원 올라도 주택 내놓지 않고 버틸 것"

다주택자의 보유세 강화를 위한 7.10 대책이 발표됐지만 아직까지 시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현금부자들이 세금이 무섭다는 이유로 물건을 내놓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윤민영 기자)


"현금 많은 다주택자가 상상도 못하게 많아요. 그 사람들은 세금 안 무서워해요. 세금 조금 오른다고 집 내놓진 않을 거에요."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11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물색했다. 종부세, 양도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금 폭탄 예고가 떨어진 후 실제 시장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토요일에도 영업을 한다고 해놓고, 실제로 문을 닫은 중개업소가 많았다. 정부 규제와 신고가 행진 등으로 매물이 드물다 보니 바쁘지 않은 모양새였다.

서초동 대로변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생각만큼 분주해 보이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에는 이사철도 아닌데다 거래물건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곳은 오피스텔을 주로 거래하는 곳이었는데,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의 월세 매물만 나와 있다고 했다.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지만 전입신고를 하면 주택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임대사업자가 아닌 사람들은 다주택자가 돼버려 세금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에서 집주인들이 전입신고를 꺼린다는 것이었다.

그곳을 나와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 앞의 공인중개소를 찾았다.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에어컨을 끈 상태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손님도 안 오는데, 무엇 하러 에어컨 돌려서 비싼 전기세를 내냐"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매도·매수자의 발길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찾은 중개사무소는 대단지의 고가 아파트들이 많은 곳이었다. 정부가 투기 근절의 주요 타깃으로 삼은 강남 한복판에서 다주택자들의 급매 문의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초부터 수많은 대책이 나오는 동안 이미 6월 종부세 납부일 이전에 웬만한 거래가 끝났고, 현금부자들은 굳이 지금 급하게 팔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또 새로운 대책이 나온 지 얼마 안됐고, 다주택자의 매물 처리 기한은 내년까지 한참 남았기 때문에 매수·매도자는 서로 눈치를 보면서 당분간 거래 시장이 조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 대장주가 있는 대치동으로 이동했다. 현지 공인중개소 관계자가 대치·개포·삼성·역삼동의 물건을 두루두루 갖고 있으니 다 물어보라고 한다. 은마아파트를 소유한 다주택자들은 어떤 반응이냐고 물어봤다. 그는 "아직까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10일 대책에 따라 은마아파트를 포함해 25억 상당의 2주택자의 내년 보유세는 전용면적 84㎡ 기준 6811만원으로, 올해 2966만원 대비 2.3배 수준인 약 4000만원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은마아파트를 포함해 3주택의 가격이 70억원일 경우는 올해 1억원 정도 냈던 보유세가 내년에는 2억5717만원으로 2.5배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이 2배 이상, 가격으로 치면 최소 수천만원에서 억원 단위로 오르는데, 엄청난 것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중개업소 대표는 코웃음 친다.

그는 "대한민국에 현금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이미 몇 천, 몇 억원씩 세금내고 살던 사람인데 거기서 좀 오른다고 집을 팔진 않아요"라며 "빚을 낸 서민들이야 몇 백만원도 부담이 크지만 현금부자들의 세계는 이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이 부담되더라도 집을 내놓기 보다는 증여를 택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힘드니 나중에 묵혀놨다가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일단 기다리는 사람이 태반이다"라고 말했다.

보유세가 늘어날수록 증여세가 낫다는 판단이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주택수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없다 보니 팔기도 힘든 상황이 매물 잠김을 부추긴다는 예상으로도 이어진다. 결국 정부 정책이 빚을 내서 집을 사람들은 잡되, 현금부자들의 재산권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