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 재방송? 박원순 조문 두고 여가갈등 심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12 16:44
민주 "공은 공대로 평가", 통합 "대대적 추모, 2차 가해 우려"
서울특별시장 반대 청원 52만명…온라인 헌화 68만명 참여

조문 이어지는 고 박원순 시장 분향소

▲1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갈등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고인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한 찬반 양론이 극명한 가운데 여권과 지지층의 추모 열기와 성추행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부각하는 야당의 반발이 맞붙는 모양새다.

임명 찬반 논란이 극심한 진영 대결로 번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영대결이란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채 오로지 자기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한 가지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양자가 다투는 양상을 뜻한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고인에 대한 애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박 시장에게 제기된 의혹과는 별개로 여성 권익 보호에 앞장선 인권변호사와 재벌 비리에 저항한 사회운동가, 서민을 보살핀 서울시장으로서의 공적을 기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조국 사태 때처럼 드러내놓고 제기하지 않지만,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과 보수 세력에 대한 ‘도덕적 우위’가 애도 심리 기저에 담겨있다.

이해찬 대표가 박 시장 장례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가하고 일부 민주당 지역구에서는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라는 내용의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다.

"거인의 삶"(김용민 의원)을 시작으로 "족적을 영원히 기억하겠다"(윤호중 의원), "참 맑은 분"(박범계 의원)까지 등 고인을 칭송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여권의 추모 움직임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피해자 신상털기에 이어서 색출 작전까지 지금 2차 가해가 심각하다"며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의원 등 48명은 성명을 내고 "박 시장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더 이상 진위를 조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 사람에게 너무나 큰 짐을 지우는 일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가세했다.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도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직 서울시청 직원을 향해 연대를 표하며 조문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에는 52만명이 참여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개설된 박 시장 온라인 분향소에는 65만명 이상이 온라인 헌화를 마쳤다.

조국 사태 당시 임명 찬반을 놓고 경쟁적으로 국민청원 숫자를 늘려가던 진영 대결 구도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박 시장과 친분이 깊었던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누구도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거나 압박해 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장례 일정이 끝나는 13일 이후 박 시장 사태를 둘러싼 분열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성 인권 신장과 2차 가해 방지 차원에서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야권의 태도에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으로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광역단체장의 잇따른 성 추문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 사태 당시와 비슷하게 장례 형식, 조문 등을 놓고 사회적으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며 "장례 기간이 끝난 이후 민주당이 이번 이슈를 잘 관리하지 못한다면 분열 양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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