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주호영이 불붙인 이채익-양이원영 탈원전 '진실공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27 15:39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련 ‘가짜뉴스’ 논란이 최근 거세다.

27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주 국회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뒤 여야 의원 간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 원내대표 주장을 즉각 반박했고, 이를 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이 재반박한 것이다.

이채익 의원은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며 ‘탈원전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양측이 서로의 주장이 틀리다고 공방을 펼쳤다. 각 쟁점에 대해 뭐가 진실인지, ‘가짜뉴스’인지 혼선이 일고 있다.

양측 공방의 주요 쟁점은 주 원내대표가 ‘탈원전’ 반대를 위해 제기한 △ 탈원전 선언한 대만·스웨덴의 최근 원전강화 회귀 움직임 △ 낮은 태양광 모듈 국산화율 △ 수요 대비 낮은 전력예비율 △ 탈원전에 따른 한국전력 적자 기록 등이다.

특히 주 대표가 던진 △ "후쿠시마 원전 대형 사고를 겪은 일본조차도 신규 원전을 이어가고 있다" △ "유독 우리나라만 탈원전, 태양광을 고집하고 있다" △ "태양광 사업으로 전국의 산야가 온통 파헤쳐지고 중국산 패널로 뒤덮여 가고 있다" 등의 발언 관련 양이원영 의원과 이채익 의원 간 공방이 치열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 등의 확인을 거쳐 팩트 체크한다.


◇ 쟁점1. "후쿠시마 원전 대형 사고를 겪은 일본조차도 신규 원전을 이어간다"

양이 의원은 "원전사고 전 54기를 운영 중이었던 일본은 현재 30기 원전만 남고 모두 폐쇄 결정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재까지 재가동 승인받은 원전은 9기에 불과하며, 그 중 가동 중인 것은 5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채익 의원은 "일본원자력산업회의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 이후 총 54기 원전이 가동 중지됐으나, 이후 25기의 원전이 재가동을 위한 적합성심사를 신청했으며 지난해 말까지 13기가 심사를 통과하고 이 중 재가동된 것은 9기"라고 반박했다.

일본 원자력산업협회(JAIF)홈페이지와 지난해 말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9기로 확인됐다. 현재 일본은 간사이전력의 다카하마원전 3·4호기와 오이원전 3·4호기, 시코쿠전력의 이카타원전 3호기, 규슈전력의 겐카이원전 3·4호기와 센다이원전 1·2호기 총 9기가 ‘재가동(In operation)’ 이라고 표시돼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는 "가동기간이 40년을 넘은 노후원전인 간사이전력의 미하마원전 3호기와 다카하마원전 1·2호기와 JAPC의 도카이제2원전은 적합성심사를 통과했으며, 가동기간 연장을 허가받아 안전대책공사 완료 이후 재가동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원전 가동 현황. [자료 : 일본원자력산업협회(https://www.jaif.or.jp/en/npps-in-japan/), , 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http://www.keei.re.kr/web_energy_new/insight.nsf/0/7B4917EA956CBC3D492584C800185132/$File/WEMI1943.pdf?open)]


재가동 승인이 9기라는 양측의 주장은 사실이고, 가동 중인 것은 5기라는 주장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또 "현재 일본에서 재가동이 결정된 원전은 9기, 심사 중인 원전은 16기이며, 이 밖에 원전 2기(시마네 3 호기, 오마 1호기)가 건설 중"이라며 "일본이 신규원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JAIF홈페이지에는 오마(Ohma)원전이 건설재개 중‘(Construction resumed on 2012-10-01)’, 시마네(Shimane 3)은 ‘거의 완료(Almost complete)’라고 명시돼있다. "신규 원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원자력발전소 가동, 건설 현황. [자료=일본원자력산업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https://www.jaif.or.jp/en/npps-in-japan/)]


◇ 쟁점2. "유독 우리나라만 탈원전, 태양광을 고집하고 있다"

주 대표는 "유독 우리나라만 탈원전, 태양광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이 의원은 "이는 억지다. 전 세계에서 원전을 지금 규모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러시아, 인도입니다. 이들 나라가 우리가 쫓아갈 모델은 아닙니다. 원전시장은 화력발전 시장보다 작은 규모로 사양산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채익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도입하려는 국가는 늘고 있다"며 "중국, 중국, 러시아, 인도는 기존 원전 운영국으로서 원전을 대규모로 확대하고 있고 이외에도 30여 개국이 원전을 도입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고 재반박했다.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sr Association)홈페이지에는 ‘30여개국이 원전을 도입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 UAE, 터키, 벨라루스, 방글라데시 4개국은 원전을 처음 도입하는 신규 원전 국가로서 원전 건설을 하고 있다. 이집트, 폴란드,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체코, 불가리아 등이 원전 도입을 계약 또는 계획 중에 있다’고 명시돼있다.

▲[자료=세계원자력협회 홈페이지(https://www.world-nuclear.org/information-library/country-profiles/others/emerging-nuclear-energy-countries.aspx)]


양이 의원은 또 "전 세계 원전 발전 비중은 1996년 17.5%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해 2018년 기준 약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 연간 발전량도 1997년 대비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각각 372테라와트시(TWh)와 128TWh인 반면 원전은 -94TWh를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채익 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의 총 원자력 발전량은 1995년 2191 TWh에서 2000년 2443 TWh, 2010년 2630 TWh, 2018년 2562 TWh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반박했다. IAEA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 쟁점3. "태양광 사업으로 전국의 산야가 온통 파헤쳐지고 중국산 패널로 뒤덮여"


양이 의원은 "2019년 우리나라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의 78.7%가 국산이다. 2016년 72%에서 꾸준히 상승해 오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사기를 꺾는 가짜뉴스다. 태양광 산지 문제는 이미 제도개선을 통해 많은 부분 해소됐다"고 반박했다.

이채익 의원은 "중국 업체의 공세에 국내 태양광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 태양광 설비 제조업체들의 대(對)중국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세계 굴지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가 사업을 접었고, 잉곳업체인 웅진도 상장이 폐지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제53차 환경리더스 포럼’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태양광 신규 설비가 전년의 1362 MW에서 2367 MW로 대폭 늘어난 2018년의 경우, 국내 태양광 산업계 매출액은 7.2조원에서 6.5조원으로 감소, 기업체 수는 118개에서 102개로 감소, 고용인원은 7909명에서 7732명으로 감소했다. 유승훈 교수는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총괄하고 있다.

▲연도별 세계 원자력 발전량.(단위:TWh) [자료=IAEA(https://www-pub.iaea.org/MTCD/Publications/PDF/RDS-2-39_web.pdf)


이 외에 주 대표의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에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요될 텐데 겨우 전력 예비율 30%를 가지고 충분하다는 게 말이되나’, ‘무엇으로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려 하십니까?’, ‘한전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다’ 등의 발언에 대한 논쟁은 향후 전망에 대한 내용 혹은 아직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고 추측에 의한 주장이 많아 사실확인이 불가했다.

한편 이번 의원들의 논쟁에 대해 에너지업계에서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에너지 정책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하고, 상대의 말꼬리만 붙잡고 늘어지면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무의미한 논쟁이다. 남을 쫓아가는 에너지 정책은 더 이상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라며 "우리의 에너지 자원과 기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근거로 ‘한국형 에너지 정책’을 도출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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