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애호 고객을 호갱 취급한 스타벅스 사은품 대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29 15:46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1990년대 중반 정도까지 대학에서는 졸업반 학생들이 교수님들께 ‘사은회’를 열어드렸다. 학생들이야 등록금을 냈으니 당연히 배울 권리가 있는 것이고, 교수들이야 월급 받으니 당연히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데도, 4년 동안 가르친 교수님들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자리에서 4년 동안의 인연에 교수와 학생들 서로 감사하고, 제자들의 앞날에 축복과 당부를 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교수 경력 초기였던 필자는 학교 문밖을 나와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토대로 학생들이 겪을 상황이 걱정되어, 마지막 인사말을 하며 울먹거렸던 기억도 여러 번이다.

올해 스타벅스 굿즈 득템 전쟁의 문을 연 ‘서머 e-프리퀀시’ 이벤트의 ‘서머 레디백’도 사은품이다. 고객들이 스타벅스를 애용해준데 대한 감사함으로 드리는 물건이다. 빈도, 빈발, 잦음 등의 의미를 가지는 프리퀀시(frequency)란 행사 이름에 걸맞게 스타벅스에서 지정한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구매하는 경우 감사의 표시로 ‘서머 레디백’을 받을 자격을 준다. 기업들이 판매촉진 수단으로 흔히 사용하는 이러한 사은품 제도는, 경품과 달리 사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모든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다. 만일 조건을 채워도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번번이 허탕을 치게 되었다면, 차라리 추첨을 통해 증정품을 수여하는 경품 제도의 방식을 취했어야 한다. 사은품을 구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오전 7시부터, 심지어는 새벽 2시부터 줄을 서게 만드는 것이 과연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음료 17잔은 하루 한 잔을 마신다고 가정할 때 약 3주 정도 소요되는 적지 않은 양이기 때문에, 애호 고객들을 호갱 취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올해 5월 21일에 시작된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사은품 열풍은 이제 스벅 우산 대란으로, 보냉백으로 옮겨붙었다. 7월 16일과 22일 두 번에 걸쳐, 스타벅스 보냉백과 음료를 묶은 한정판 약 1만개 세트는 온라인 행사로 11번가에서 판매되었는데 금새 동이 났다. 놀랍게도 22일의 2차분은 행사 시작 1분만에 끝났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7월 27일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 던킨 도나츠의 여름 한정 굿즈 ‘노르디스크 캠핑 폴딩박스’가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1시간30분 만에 완판됐다. 사전예약을 진행한 애플리케이션이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2시간 넘게 대기하고도 허탕 친 사람이 나왔다.

이와 같은 굿즈, 한정판, 사은품 등에 대한 과도한 열풍은 소비자 스스로 호갱 취급을 유도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굿즈나 한정판은 희소성을 무기로 하여 소비자의 조급함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오늘날 소비사회는 기업이 자기 생산제품을 소비자에게 하향식으로 공급하던 공급자위주의 시대로부터, 소비자가 상품 선택권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의 생산 방향을 제어하는 소비자 주권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소비자 주권시대에 요구되는 소비자행동은 기업이 유도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이다. 구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엄습할 때, 영화 베테랑의 유명한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 두세 번 되뇌어 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돈이 없지, 굿즈가 또 없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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