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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신한금융 따돌리고 리딩금융…NH농협금융, 4위로 등극

비은행 약한 우리금융 M&A 절실…하반기 변화 '촉각'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분기 금융지주 판도에 변화가 일어났다. 리딩금융 순위가 뒤바뀌었고, 4대 금융 지형도 흔들렸다. 코로나19 대응이 우선이라 실적 다툼이 중요한 때는 아니지만, 금융지주사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만큼 지금의 변화를 예사롭게 넘기기는 어렵다. 금융지주사들은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하반기 레이스에 집중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동안 1등을 고수하던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KB금융지주가 리딩금융을 탈환했다. 2분기 순이익은 KB금융이 9818억원, 신한금융이 8731억원으로 KB금융이 약 1100억원 앞섰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을 비교하면 약 900억원 차이로 신한금융이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KB금융에 분기 왕좌 자리를 내줬다는 점은 신한금융 입장에서 아쉬운 결과다. 

4대 금융그룹 지형도 흔들렸다. 그동안 신한금융, KB금융과 함께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4대 금융 자리를 지켰으나, 2분기에는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제치고 4대 금융 안에 들어왔다. 2분기 순이익은 하나금융 6876억원, 농협금융 5716억원, 우리금융 1423억원 순이다.

5대 금융지주사 2020년 상반기 순이익.


코로나19와 사모펀드 판매 관련 충당금에 따라 2분기 금융지주 실적이 엇갈렸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임 펀드와 관련해 769억원을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고,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부실 관련 충당금 1248억원, 코로나19 충당금 1847억원 등을 반영해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신한금융의 2분기 대손전입액은 5387억원, 상반기에만 8215억원이 반영됐다.

반면 KB금융은 비교적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로워 2분기에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2060억원을 반영했다. 2분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2960억원, 상반기에는 5397억원 수준이다. 충당금 부담을 덜어내며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선 것이다.

하나금융, 농협금융, 우리금융 구도도 비슷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사모펀드 판매 등과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반면 농협금융은 상대적으로 충당금 부담이 덜했다. 여기다 비은행, 비이자이익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금융지주 공통적으로 이자이익에서는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우리금융만 비이자이익(4680억원)이 상반기에 23.4% 줄었다. 우리금융의 2분기 비이자이익은 1540억원으로, 1년 전의 3370억원에 비해 54.3%나 감소했다. 우리은행 2분기 순이익 또한 174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3.7% 줄었는데, 비은행 부문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주사를 출범한 후 아직 비은행 계열사가 보강되지 않아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충당금 부담을 증권사 등 비은행에서 상쇄할 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상반기 코로나19와 사모펀드란 변수 속에서 금융지주 판도가 뒤바뀌며 하반기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상반기 각 금융지주사별 약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면 금융지주사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상반기 반등한 KB금융과 농협금융이 자리 굳히기에 들어간다면 올 한해 금융지주 순위도 바뀔 수 있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3분기에 푸르덴셜생명이 완전 편입될 예정이라 인수·합병(M&A) 효과가 본격 반영될 예정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1400억원으로, KB금융의 순이익을 신한금융과 더 벌릴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작용한다. KB금융이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올 한 해 리딩금융 자리를 사수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디지털 등 새로운 채널을 이용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KB금융을 따돌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디지털 채널을 이용한 영업수익을 공개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이 상반기 디지털 채널로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1년 전보다 26.6% 늘어난 8306억원이다. 전 계열사가 언택트 시대에 걸맞게 디지털 금융회사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실제 성과가 관건이다. 여기다 향후 두산그룹의 벤처캐피탈(VC) 자회사 네오플럭스 인수를 순조롭게 마무리한다면 당장 순이익 상승에 기여하기는 어렵더라도 그룹의 시너지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만큼 M&A에 더 사활을 걸 태세다. 당장 증권사의 필요성이 언급되지만, 대형 금융사 인수는 시간이 걸리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있어 M&A를 서두르기에는 부담인 상황이다. 우선 하반기에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M&A에 나서 계열사를 점차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해외의 코로나19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굳게 닫혔던 해외 시장 문이 열린다면 금융지주사들이 해외 사업에도 다시 본격 시동을 걸 수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해외 동맹을 맺은 데다, 농협금융 또한 해외 영토 확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응"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함께,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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