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View] 잘나가는 태양광의 역습…"폐 패널 처리 골머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03 07:59

발전량 10년간 2048% 껑충...설비 노후화·최신 패널 등장으로 교체 수요 ↑

폐기물 수천만톤 발생 전망...매립시 카드뮴 등 유출 우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하락과 기후변화 대응 등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견된 태양광 발전이 향후 폐기물 관리 문제로 골칫덩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태양광 설치’에만 관심이 집중된 탓에 사용 후 폐기과정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년 이내 전 세계적으로 폐 태양광 패널(모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지난 몇 년 간 콘 폭의 성장을 보여줬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발표한 세게 에너지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발전량은 33.7 테라와트시(TWh)에서 724.1 TWh로 무려 2048.7% 급증했다.

연간 설치량으로 봤을 땐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18 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 작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는 총 629 GW로 추산됐다. 또 작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되는 알 막툼(Al Maktoum) 태양광 프로젝트 4단계 추진을 위해 무려 43억 달러(약 5조 1058억원)가 조달되면서 태양광 산업의 역사적인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태양광 발전량 추이.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발전단가 등으로 인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작년 2분기 태양광발전에 대한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약 10년 전에 비해 83% 가량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LCOE는 초기투자비와 자본비용, 연료비, 운전유지비, 탄소가격 등의 직접 비용과 할인률을 고려해 추정한 전력 생산비용이다.

또 BNEF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둔 파리기후협약(파리협약)을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3000 GW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추가적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태양광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유력 발전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란 분위기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그린뉴딜 계획’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2025년까지 42.7GW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 태양광 시장의 그림자…"막대한 양의 폐기물 유발" 경고

▲태양광 패널 폐기물(사진=Veolia Group)


그러나 주목할 점은 그동안 설치됐던 태양광 발전설비들이 노후로 인한 폐지 과정을 거치거나 최신기술이 도입된 고효율 태양광 패널로 교체될 경우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유발될 것이란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주 찰스다윈대학교의 디피카 매서 교수는 지난달 "가장 오래된 태양광 패널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 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 패널에 대한 인식이 스마트폰처럼 소비성 품목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며 "현재 가동 중인 패널도 효율성이 개선되고 가격도 더욱 저렴한 최신 패널로 교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매서 교수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약 20∼25년이지만 소비자들은 생산성·경제성 등의 이유로 10∼12년 후에 태양광 패널을 교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태양광 패널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보업체 에너지세이지에 따르면 5 키로와트(kW)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약 16∼20개의 태양광 패널이 소요된다. 5KW 어치의 태양광은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6000∼8000 키로와트시(kWh)로 추산된다.

작년에만 세계적으로 118 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점, 그리고 2019년까지 총 629 GW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수억 개의 태양광 패널들이 가동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재활용 방안의 도입 없이 태양광 패널 철거·교체 과정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몇 년 이내 수천만 톤의 태양광 패널 폐기물이 매립지로 이동할 것이란 경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실제 최근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800만 톤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 폐기물이 매립지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2025년까지는 그 규모가 8000만 톤으로 급증해 버려지는 모든 전자제품의 10% 가량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티모시 실버맨 연구원은 "폐기물 축적 관련 문제는 언젠간 우리를 기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빈 히쓰 연구원 역시 "태양광 발전의 폐지는 우리가 아직까지 접하지 않은 단계다"며 "이 문제는 점점 가시화되고 있어 태양광 업계는 물론 정책입안자, 연구진, 사회 모두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태양광 폐기물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호주 재생에너지 매체 리뉴 이코노미는 태양광 패널은 대부분 독성이 없는 유리, 실리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리, 은, 알루미늄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량이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안전하다고 최근 주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세계적으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사람에게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태양광 업계 관계자와 연구진들을 인용해 "태양광 패널 폐기물에는 독성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매립될 경우 유해 성분들이 땅으로 유출될 수 있다"며 "특히 패널에는 카드뮴, 납, 안티몬 등이 포함되어 있어 재활용하기에도 부적합하다"고 과거 지적한 바 있다. 포브스는 이어 "태양광 패널의 90%가 유리이지만 불순물때문에 일반 유리처럼 재활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태양광 패널 폐기처리 관련 산업이 구축되지 않은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NREL 연구진들은 2050년까지 태양광 재활용 글로벌 시장규모가 150억 달러(약 17조 8515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폐기물 처리 관련 분야가 생소한 만큼 향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버맨 연구원은 "태양광 발전 시장이 갈수록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폐기물 관련 분야도 처음엔 주춤하지만 갈수록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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