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유통산업발전법은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05 11:43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3R랩스 대표


유통산업발전법,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한 법(2012. 9. 2, 법률 제11461호)이다. 그렇다면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수혜를 받아야 할 대상은 누구일까?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설명에 따른 내용이라면 유통산업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서 그 이익분을 소비자가 가져가는 것이 취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유통산업발전법이라고 하면 관련한 업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관련한 내용 중 생활속에서 가장 익숙한 부분인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심야시간 영업제한이 유통산업발전법에 포함되어 있다. 그 목적은 대규모 유통업자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견 유통산업발전법이 말하는 균형 있는 발전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제한의 대상이 대형유통업체, 그 중에서도 흔히 알고 있는 유통대기업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이다. 중소상인이라고 말하지만 보호 대상은 전통시장으로 명확하다. 이제는 8년의 시간동안 익숙해져서 마트가 한달에 2번 문을 닫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시행초기 수년 동안은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분명 소비자 보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결과로 보호받아야 할 상품 구매의 자유를 침해당한 소비자와 실적이 악화된 대형유통기업과 전통시장이 남았다. 효율과 균형을 통한 발전을 통해 결과가 소비자의 보호로 이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의 불편만 남았다.

더욱이 2012년 개정된 이후, 시장과 소비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놓고 유통을 독점한다고 했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들은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되어 이제 대규모 구조조정은 물론 순차적으로 폐점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기 보다 온라인으로 모바일로 상품을 주문하고 집에서 받는 게 익숙해졌고, 휴일을 신경쓰기 보다 언제든 주문하고 바로 받을 수 있는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그럼 그렇게 균형을 위해서 지키려고 했던 전통시장은 살림살이가 나아졌을까? 당연히 아니다. 심지어 올해는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을 꺼리면서 더욱더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상황에 오프라인을 꺼리게 되는 상황이 추가되면서 온라인으로 쏠림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오프라인에 익숙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던 소비자들도 금번 코로나19 이후로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상황을 타개하려고 오프라인에 기반한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별도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있다. 온라인쇼핑몰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한다. 아주 간혹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스템 점검을 위한 시간뿐이다. 그 외에는 항상 상품을 팔고 배송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밤에는 문을 닫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고객의 방문이 뜸하기 때문에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효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심야 영업자체를 금지해서 야간 영업이 수익이 나더라도 하지 못하는 매장들도 있다. 그럼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을 때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것은 어떨까? 법에서 매장은 문을 닫으라고 했으니 그대로 따르고 모두가 동일하게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를 하면 그건 되지 않을까?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영업하지 못하는 시간에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문을 닫은 매장에서 배송하는 것도 제한된다. 주문만 가능하고 실제 운영은 불가능 하다. 이제 많은 소비자가 익숙한 새벽배송. 원래도 야쿠르트, 우유, 신문 등을 집에 배달해줬던 그 새벽배송이 집 근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을 제한해서 살아나라고 말했던 전통시장은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고 배송을 하는가? 아니 당연히 하지 않는다. 최근 일부 배송을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하지 않는다. 분명히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고, 판매하는 업체가 있으며 배송도 하는 시간에도 오프라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법이라는 것이 시대에 후행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면 새로운 상황에 맞게 법적용을 바꿀 필요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말하는 소비자 보호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상거래 질서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부족한 곳을 독려하고 지원해 줘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제한을 통해서 모두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발전이 아니다. 이 관점에서 기존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서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부분을 제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유통산업발전법과 관련하여 기존의 규제에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도 포함시키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다. 복합쇼핑몰과 백화점이 대규모 유통업자고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거기에 입점해서 판매를 하는 소상공인들은 동시에 보호대상이기도 하다. 해묵은 규제를 더해서 그 결과로 유통업체 입점 상인들과 직원들의 불편을 다시금 초래하려는 이유를 알 방법이 없다. 더욱이 규제는 결국 그 자체로 불공정한 경쟁이 되어 누구를 보호하는 명목에도 맞지 않는다. 경쟁력이란 무릇 경쟁에서 나온다. 1등과 2등을 멈추게 하고 3등 이하를 그리고 그 규제에 벗어나 있는 업체들이 달리게 하는 내용을 발전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드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다. 발전이 무엇인지 법의 취지를 다시금 생각하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된 것처럼 유통업 발전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소비자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는 것. 그 과정에서 내 기준에 따른 비교를 통해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소비자가 진정으로 보호받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만, 오늘이 쉬는 날이라서 살 수 없거나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제한을 통한 판매자 보호가 아닌 경쟁을 통한 소비자 보호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되기를 바란다. 유통산업 내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누군가는 성장하고 어느 곳은 쇠퇴해 가는 것이 발전의 과정임을 잊지 말고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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