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폭발 사태, 헤즈볼라·이스라엘 소행?…트럼프 반응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05 13:50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연기와 함께 불덩어리가 버섯 모양으로 하늘로 치솟는 모습.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폭발 사태가 발생하면서 큰 인명 피해가 따른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오후 베이루트에 있는 항구에서 폭발이 두 차례 발생했으며, 이 폭발로 항구가 크게 훼손됐고 인근 건물이 파괴됐다. 현재까지 사망자만 최소 78명, 부상자도 무려 4000여명에 달한다.

이번 폭발의 원인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레바논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은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 사용된다.

베이루트 항구의 한 근로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폭발이 폭죽과 같은 작은 폭발물에서 시작한 뒤 커졌다고 말했다. 항구에 오랫동안 보관된 물질이 관리 소홀 등으로 폭발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폭발의 원인이 사고가 아니라 레바논 내 혼란을 노린 세력의 공격이라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특히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연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참사는 유엔 특별재판소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오는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에 대한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친서방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2월 14일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 당시 하리리 전 총리의 가족은 헤즈볼라와 시리아 정권이 암살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현장에서 소방헬기 한 대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번 폭발의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항구에 있는 폭발성 물질을 공습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스텔스 전투기를 레바논 상공에 띄우는 등 적대국가 레바논을 향해 대담한 작전을 벌였다. 다만,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익명으로 베이루트의 폭발이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베이루트 폭발과 관련해 레바논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일종의 폭탄 공격으로 인해 레바논에서 폭발 사태가 발생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참석해 레바논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 뒤 "미국은 레바논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돕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레바논 국민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끔찍한 공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공격’이라고 판단한 배경을 묻는 말에 "폭발에 근거해볼 때 그렇게 보일 것"이라며 "나는 장성들과 만났으며 그들이 그런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장성들)에 따르면…그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일종의 폭탄이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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