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로 옮겨간 사모펀드 '잔혹사'…金DLS도 환매 연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05 16:34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삼성생명이 사모펀드(신탁) 형태로 판매한 금 관련 파생결합증권(DLS)에서 환매 연기가 발생했다. 발행사는 NH투자증권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가 보험업계로 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완전판매 여부부터 점검할 계획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유니버스 인컴 빌더 펀드 링크드 DLS‘의 만기가 내년 5월 14일로 늦춰진다고 판매사들에 통보했다.

해당 DLS는 삼성생명,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4월부터 현재까지 1857억원 가량 팔았다. 이 가운데 1200억원 어치는 이미 만기일이 도래해 정상적으로 환매됐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판매된 상품들로 각각 6월 8일과 7월 16일이 만기일이었다. 당초 6월 8일 만기분에 대해서만 7월 31일까지로 만기 연장을 했는데, 지난주에 모두 내년 5월 14일로 만기가 미뤄졌다.

현재 남은 판매액은 614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삼성생명의 판매분이 534억원으로 가장 많이 남았다. 신한금융투자(50억원)와 NH투자증권(30억원)도 판매했다. 이번 금 관련 DLS는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사모펀드 중 환매 연기가 일어난 첫 사례다.

해당 펀드는 홍콩 자산운용사(유니버스 아시아 매니지먼트)의 무역금융펀드(유니버설 인컴 빌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다. 금 수출·수입업체 간 거래된 신용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은 홍콩 현지 자문사가 운용을 맡았다.

여기에 이번 10월이 만기인 3월 판매분 420억원까지 남은 상태라 이 또한 환매 중단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총 피해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3월 판매분은 비슷한 구조의 해외 펀드를 퍼시픽브릿지자산운용이 재간접으로 담아 판매했다.

▲금융감독원.


펀드 투자자들은 상품을 가입하는 과정에서 안전자산인 ‘금’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원금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들었다며 판매사를 향해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가입 당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기반으로 한 상품인 만큼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달 4일 판매사인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환매 연기 이유와 기초자산 상태 등을 보고받고 추가적으로 진상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작금의 사모펀드 사태처럼 피해가 발생한다면 불완전 판매 여부부터 살펴보겠다"라며 "소비자 피해 발생 여부에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측은 상품 제안서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린 만큼 불완전 판매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DLS 상품의 환매 연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무역업체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대출금 상환이 지연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소비자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물품의 선적·하역 작업 등이 어려워져 대출을 받은 업체가 유동성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인도네시아가 대규모 사회적 규제(PSBB) 조치를 6월까지 시행했는데, 이 시기와 무역업체의 대출 상환일이 겹쳤다"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생명은 내년 5월까지 DLS의 원금과 이자를 다섯 차례에 걸쳐 분할 상환한다고 공지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발행사로서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홍콩 현지 운용사에 상환 지연 사유 파악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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