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사진=AP/연합)


중국이 올해 초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미국 에너지 수입을 약속한 이후 현재까지 수입 이행률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초 약속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6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해관총서의 수입통계를 분석해 중국이 올 상반기 약 12억 9000만 달러 상당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점결탄 등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올해 1월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향후 2년간 농산물 330억 달러를 포함해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구매를 약속했다. 특히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제품을 올 한해에만 250억 달러 수입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온 15%의 관세를 7.5%로 줄이기로 했지만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의 지난 상반기 미 에너지 제품에 대한 구매액은 약속한 금액의 5%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국의 지난 1∼5월 미 에너지 제품 구매액이 20억 달러로 목표치의 18%에 불과했다는 과거 보도대비 더 적은 수준이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초 미 상무부의 지난 5월 수출통계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부터 남중국해 영토 분쟁, 신장 자치구 인권 문제, 대만 문제, 화웨이 제재, 미중 총영사관 폐쇄 공방전에 이어 최근 불거진 틱톡 문제 등 전방위로 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의 에너지 수입이 저조해 결국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양국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초라한 수입량은 미국산 원유에서 두드러진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의 확산과 이에 따른 연료수요 감소로 인해 중국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미국산 원유 수입이 상대적으로 비쌌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은 하루 4만 5603만 배럴어치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기록한 하루 8만5453 배럴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올해 1월부터 4월 중반까지 중국이 총 수입한 원유 중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 4월 이후 중국 정유업체들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산 LNG의 경우 중국은 지난 상반기 수입량을 작년대비 3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87만 8754톤을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컨설팅 업체 우드 맥켄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월과 5월 예전부터 거래를 이어왔던 LNG 수출국가들로부터 수입량을 줄이면서 미국산 LNG를 사들였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약속한 미국 에너지 수입 목표치 달성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드 맥켄지의 수샨트 겁타 리서치 책임에 따르면 중국이 무역합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내년까지 하루 150만 배럴어치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 지난 7월과 8월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상반기에 비해 개선됐지만 중국 정유업체들의 정제마진 악화와 증가하는 원유재고로 인해 수입량이 앞으로 대폭 늘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하루 94만 배럴, 101만 배럴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LNG의 경우에도 중국의 상반기 수입량이 전년 동기대비 3배 가량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가격이 하락한 점을 고려했을 때 LNG 구매에 대한 실질적인 가치는 고작 2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점결탄 수입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 수입량이 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약세와 양국 관계 악화 등으로 중국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메이단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OIES) 상무는 "중국은 지나치게 야심찬 1단계 무역합의 약속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SIA 에너지의 리 야오 최고경영자(CEO) 역시 "정치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중국의 장기적 원유·가스 수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의도를 갖고 무역합의에 이행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사지 않기 위한 핑계로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용하고 있다"며 "중국은 약속을 이행할 수 없었던 이유로 틀림없이 코로나19의 여파를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중은 다가오는 15일 1단계 무역합의 이행상황 평가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열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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