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역설'...서울 전셋값 상승 부추겼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06 16:45

상승률 0.17%...7개월來 최고
강동·강남·송파 등 상승 주도
매물 품귀 속 학군수요 지속

▲임대차3법 도입으로 올해들어 서울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오르며 규제의 역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포함된 임대차법 개정안 시행 등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강남권은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의 여파로 전세매물 부족현상이 심화돼 가격 불안정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7% 상승하며 지난주(0.1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작년 12월 30일(0.19%) 조사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했다. 서울 25개구 중 전셋값이 내린 곳은 한곳도 없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오른 강동구(0.31%)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위주로 올랐다. 강남구(0.30%)는 학군수요 등으로 매물부족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치·역삼·삼성동 위주, 송파구(0.30%)는 송파·가락동 구축 위주로 각각 상승했다. 서초구(0.28%)는 한신4지구 이주수요 영향이 있는 잠원동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초구 잠원동의 경우는 한신아파트 전용 84㎡ 8층이 지난달 30일 10억5000만원으로 전세 신고가가 갱신됐다. 불과 이틀 전인 28일 7층이 8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2억1000만원이 더 올랐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59㎡ 20층은 지난 1일 7억5000만원에 최고 전세가를 찍었고, 이는 7월 14일 13층이 6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보름만에 9000만원이 오른 결과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물건이 없어서 거래량도 별로 없는데 나오는 웬만한 물건은 나오는 족족 계약이 체결된다"며 "다만 전세의 경우는 단돈 몇 만원이라도 월세를 내길 원하는 집주인들이 많은데, 그 정도면 세입자들도 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그런 물건마저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동구 성내동 한솔애리즈1 전용 84㎡ 10층은 지난 1일 보증금 5억3000만원에 월세 5만원으로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4월 1층의 전세가격이 4억2000만원에 거래된걸 감안하면 월세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은 4개월이 채 안된 사이에 1억1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강북권에서는 성동구(0.23%)가 역세권 및 학군수요 있는 행당·하왕십리동 일대 위주로 가장 많이 올랐다. 마포구(0.20%)는 가격 수준 낮은 중소형 위주로 상승했다. 이 외 광진구(0.13%)는 정주환경이 양호한 광장·구의·자양동 위주로, 동대문구(0.10%)는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인근지역 위주로 상승했다.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아파트는 전용 114㎡ 12층이 지난 3일 8억5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같은 평형대 11층이 지난달 23일 6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과 열흘만에 전세가격이 1억8000만원 치솟은 것이다.

종로구 교북동 경희중자이4단지 전용 46㎡ 13층은 지난 3일 6억5000만원의 신고가로 전세가 거래됐고 이는 올해 2월 7층이 4억원에 거래된 이후 약 6개월만에 2억5000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전국 전셋값은 서울보다 높은 0.20% 올랐고, 수도권(0.22%)과 지방(0.18%) 모두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커졌다.

특히 세종(2.41%)은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부처 이전 및 교통호재(BRT노선 확대) 기대감으로 세종시 전역에서 전세매물 부족현상이 집값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셋값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근 경희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격은 절대로 떨어질 거라고 보진 않는다"며 "전세 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과 같이 하는 거지만 임대차 3법은 임차인만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 임대인이 나름대로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세입자의 전세재계약이 늘어난데다 집주인의 의무거주요건 강화로 유통되는 전세매물이 줄어들고 있는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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