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이번주 '결판'…계약 파기 수순 유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09 09:39

▲아시아나항공.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이번주 판가름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제시한 계약 이행 기한(11일)이 눈앞으로 다가와 재실사를 요구 중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채권단과 현산은 계약 이행 및 대면 협의 여부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사실상 ‘극적 타결’을 물건너간 상황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11일을 계약 이행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위해 다음날인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했다. 그렇다고 금호산업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금호산업은 당장 구주매각 대금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미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완료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됐다는 게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주장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에 인수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대면 협의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현산 측은 아직 선행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며 물러나지 않고 있다. 대면 협의 요구에 대해서는 "2조 5000억원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에서 거래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위해 자료와 입장의 전달은 공식적인 문서로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 역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사례처럼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거래 종결 시한(7월 15일)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다.

현산 측의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금호산업은 오는 12일 계약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재차 통보하고 이후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계약 해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일찍부터 ‘플랜B’를 준비하고 있었다. 금호산업은 내부적으로 매각 무산에 대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당초 세웠던 구주 매각대금을 이용한 자금 운용 계획을 수정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채권단은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앞서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3일 간담회에서 "매각이 무산될 때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도모 및 유동성 지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영 안정화 후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따.

재계에서는 지난주 여름 휴가를 다녀온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일주일간 강원도 모처에서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내며 독서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비롯한 경영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번 ‘데드라인’을 연장할 때 사례처럼 정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이 전격 회동해 대화를 진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2분기 화물 수송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도 매각전에 변수로 떠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에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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