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한전 신재생 발전사업 직접 투자 입법 추진에 우려 목소리
탈석탄·그린뉴딜 맞춰 수익구조 개편 추진 발전사 ‘당황’
가뜩이나 취약한 신재생 중소 산업 생태계 기반 흔들수도

당진에코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기자]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 등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틀이 19년 만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던 발전·판매 부문을 경쟁구도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2001년 한전 발전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 등 6개 발전 공기업으로 떼어내고 전력거래소를 신설한 뒤 이 체제를 지난 19년간 유지했다.

이런 체제 개편 논의에 불을 당긴 것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갑석 의원의 최근 전기사업법 개정안 대표 발의다. 이 개정안은 한전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의원의 이 법안 대표 발의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게 발전업계 분석이다.

△ 정부의 에너지전환 및 그린뉴딜 등 정책 추진 성과 달성 필요 △ 집권당의 국회 절대 다수 의석 차지 및 18개 모든 상임위 위원장 장악 △ 국회 산업위 여당 간사인 송 의원의 산업위 내 위치 등을 고려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의원 발의 법안대로 입법이 이뤄질 경우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와 전문들은 무엇보다 한전이 비록 투자 대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국한할지라도 발전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19년 전 이루어진 한전 발전부문 분리라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배치된다고 꼬집는다.

또 발전 공기업들이 최근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그린뉴딜에 발맞춰 경쟁적으로 각각 수조원대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대대적인 수익구조 개편에 나섰는데 이를 되돌릴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아울러 가뜩이나 취약한 재생에너지 발전 중소 산업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년 가까이 큰 잡음 없이 운영돼왔지만 정부가 원전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늘리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량이 줄고 비싼 신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량이 늘어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수원을 제외한 5개사는 분리는 됐지만 같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어 연료인 유연탄 수입 등에서 불필요한 경쟁과 비용낭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전기요금 인상도 어려워져 한전 그룹사의 경영환경 개선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이 축소되는 만큼 발전사들이 통합적으로 연료계약과 운영을 추진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뚜렷한 사업성도 없는 국내외 신재생 사업 투자가 우후죽순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중복투자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 한수원, 남부·서부·중부·남동·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출자법인 총 72개(중복 제외 60개) 중 25개(41.6%)는 일부 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드러났다. 올해 들어서도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발전자회사들이 수조원의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한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를 추진하자 발전업계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이럴 거면 차라리 통합을 하는 게 낫다"며 "발전 자회사 분리 취지는 경쟁체재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편익을 제공하기 위함이었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가 ‘안전과 환경’이라는 가치를 강화하면서 탈원전·탈석탄, 신재생에너지·LNG 확대를 내세우고 공기업인 발전사들이 이에 부응해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따르려다 보니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경쟁만 늘어난 게 사실이다. 분리되긴 했지만 사업분야가 비슷하다 보니 통합해서 추진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2034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24기에서 17기로, 석탄화력발전소를 60기에서 30기로 줄이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9차 계획)의 초안이 공개되면서 이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의 통폐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의 실적은 한전을 포함한 5개 발전사와 한수원 등 그룹사들의 실적을 합한 연결재무재표로 집계된다.

한전의 2019년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1조3566억원으로 2008년 2조7981억원 적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흑자를 기록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모회사인 한국전력의 김종갑 사장은 개별 발전공기업들의 자구책보다는 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력그룹사의 전체 이익 최적화를 도모해야 한다. 정부와 그룹사 모두가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해 그룹사가 함께 발전해 나가도록 모기업 한전이 더 노력하고 더 양보하는, 지혜로운 처신을 하자"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발전사 통합이 추진될 경우 임원 감축 등 인력 구조 조정과 사옥 매각 등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통합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면서도 "만약 통합이 된다면 각 사의 사장 등 임원급 인사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의 수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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