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장마에 발전소 절반 '개점휴업'...발전사 구조조정 요구 거세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10 17:13

전력공급예비율 50% 육박
5년간 여름 20% 넘긴적 없어
긴 장마에 발전소 가동 '뚝'
한전 3분기 실적 악화 전망
최저수준 전력가격도 악재

▲한국전력 전력수급현황판.


역대급 긴 장마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력공급예비율 50%에 육박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가동되지 않는 발전소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예년 같으면 수요가 최대였던 전력 성수기에 이례적으로 선선한 날씨와 산업 생산 축소 등이 빈발한 탓이다. 비록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되지만 발전 설비 과잉 논란을 촉발해 발전회사들의 구조조정 요구 목소리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전력공급예비율이 49.7%를 기록했다. 전력 공급예비율은 전국의 발전소에서 당장 공급할 수 있는 발전량 가운데 생산되지 않은 전력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 한 달 중 최대전력 일시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이 비율이 50%라는 것은 한 달 중 전기 소비가 가장 많았던 날에도 50% 이상 전기가 남았다는 뜻이다.

이같은 전력공급예비율은 최근 5년간 매년 여름과 겨울 전력 성수기 때 20%를 넘은 적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기록적인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8월 13일 전력예비율이 6.7%, 재작년 7월 24일 7.7%까지 떨어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폭염으로 인해 2년 연속으로 주택용 누진제 완화까지 시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발전소 가동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3년 전력예비율(%). [자료=전력거래소]


한국전력거래소 등은 적정예비율을 통상 15%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발전소도 일반 공장처럼 가동률이 높아야 수익성이 보장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냉·난방 수요가 몰리는 여름과 겨울의 며칠을 제외하면 전기가 남아 제대로 못 돌리는 발전소가 많은 실정이다. 이는 한전의 3분기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전의 역대 경영실적을 보면 연중 3분기에 가장 좋았다. 여름철 냉방수요 등으로 전력판매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적자 속에서도 3분기만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장마에다 코로나19로 조업일수까지 줄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전기도매가격인 전력시장가격(SMP)도 저유가 기조로 인해 당분간 반등이 요원하다. 올해 1월 킬로와트시(KWh)당 84.3원 수준이던 SMP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더니 5∼7월 70원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전력도매가격은 사실상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의 발전단가가 결정하는데, 국내에 수입되는 LNG 물량 중 대부분이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다. 유가 하락은 3~4개월 시차를 두고 LNG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유가가 조금씩 회복 움직임을 보이지만, 한동안 계속된 저유가 기조에 따라 SMP 하락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계속 추진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발전량과 석탄화력발전량이 줄고 비싼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량이 늘어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발전 공기업 통합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은 점도 한전 그룹사의 경영환경 개선 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는 요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이 축소되는 만큼 발전사들이 통합적으로 연료계약과 운영을 추진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진우 연세대 특임교수는 "수요관리를 비롯해 전체적인 발전소 이용효율을 향상시키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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