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부산의 지역신문 한 귀퉁이에 ‘지난 1월 17일 대법원이 8년을 이어 온 균도네 소송에서 한수원의 손을 들어주었다’라는 글이 실렸다.

균도네 소송이란 고리원전 인근에서 20년을 살았던 원고가 원전 방사선 때문에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2014년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균도네 소송에 대해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탈원전 환경운동가들은 이 결과를 인용하며 방사능 공포를 유발했다.

원전에서 나오는, 극미량의 방사선이 갑상선암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이런 말도 안되는, 세계 최초의 판례에 대하여 한수원은 항소하였고 2심 재판부는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원고측에 돌리며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대법원은 2심의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토양, 음식, 주택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받는다. 연간 3Sv(밀리시버트) 수준이다. 그런데 원전으로 인한 추가 방사선량은 0.05mSv 이하이다. 이는 X선 촬영 1회분에도 미치지 못하며 지역별 편차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치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준이다.

1심 판결 근거는 서울대 의학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였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원전 주변의 암 발생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원거리에 사는 주민보다 1.8배 높았다는 것이다.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작은 것까지 발견이 가능해져서 ‘발견’이 늘어나는 것이지 ‘발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역학조사를 수행한 연구자도 "암 발생률은 주변 지역이 원거리 지역보다 높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이 없어 방사선의 영향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 출신의 학자가 이 자료를 인용하여 극미량의 방사선과 갑상선암이 관련이 있는 것처럼 학술대회에 발표한 검증되지 않은 발표자료를 재판부가 증거로 인정했던 것이다.

이 사건이 우리사회에 주는 의미가 있다.

첫째, 1심 재판부의 오판이다. 재판부의 판단근거는 역학조사를 수행한 원래의 연구자가 인정하지 않는,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술대회 발표자료였다. 판사는 왜 원 연구자의 주장은 무시하고 환경운동가의 주장만을 받아들였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 아무리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환경방사능 보다도 현저하게 낮은 방사선으로 인하여 갑상선암이 발생했다는 것을 어떤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과학적 기본소양이 심각하게 결여된 사회라는 것이다.

셋째, 방사선 준위가 규제의 범위를 초과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면 한수원이 책임이 있겠지만, 규제허용치 이내로 운전하였다고 하면 균도네는 한수원이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소송을 했어야 한다. 소송의 대상도 틀렸다.

넷째, 원안위로부터 허가받은 시설이 허가받은 대로 운전하였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면 원안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원안위가 뒷전에만 물러나 있었다면 책임있는 행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허가를 내주기 전까지는 국민의 감시자로 사업자를 강하게 규제하지만 자신이 허가를 준 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도전해 오면 당연히 원안위가 나서서 해명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과학적으로 너무나 단순한 일이지만 논의를 비과학적으로 전개하는 것의 함정이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다이빙벨의 사례와 마찬가지다. 고등학생 수준의 물리지식으로도 도움이 안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독일에서는 성공한 적이 있다거나’ ‘정부가 수습을 훼방한다거나’ 하는 사회적 논의를 전개한 결과, 결국 다이빙벨을 가지고 실제로 시험을 해보고 나서야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은 우리사회의 코메디였다. 이게 8년이나 걸릴 소송일까?

여섯째, 왜 이러한 중요한 사건이 부산의 지역신문 한 귀퉁이에 나오고 마는 것인가? 방사선 문제는 항상 제기할 때는 대서특필하고 결과가 나오면 흐지부지 넘어간다. 결국, 답은 보지 않고 문제만 보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답은 맞춰보지 않는 학생과 같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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