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의 눈] 사모펀드 사태 책임공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13 17:13

금융증권부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2015년 사모펀드 판매 규제를 완화한 것의 부작용이 지금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에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판매 규제 완화가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당국이 나서 사모펀드 판매의 판을 깔아줬고, 금융회사들은 펀드 판매를 늘릴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는 설명이었다. 또 운용사가 작정하고 사기를 치면 판매사인 은행은 깜박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했고, 고위험 상품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가입했을텐데 투자금 손실이 발생했다고 원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도 은행 입장에서는 난처하다고 했다. 어떤 이유든 은행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부분에서 잘못한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운용사와 판매사가 제도 허점을 이용해 잘못된 방식으로 펀드를 판매한 책임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 입장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사모펀드 규제 개선 후 시장에서 자율적인 견제 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데다, 불완전 판매 등 잘못된 판매 방식이 확인된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은행과 운용사 등에서 판매 수익 내기에 혈안이 돼 상품 판매에만 급급했던 분위기도 지적했다.

"우리는 은행에서 추천을 해줘서 은행을 믿고 펀드에 가입한 것이다. 책임은 판매사에 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직접 상품 가입을 유도한 은행들이 가장 큰 잘못을 했다고 하소연한다.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근본 이유가 무엇이든, 이들은 은행 직원의 설명을 듣고 은행을 믿고 거액의 돈을 맡겼다는 것이다. 그러다 정작 투자금 손실이 발생하자 은행들은 책임이 없다고 모르쇠로 나와 투자자들은 답답하다고 외친다.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싸고 책임공방이 이처럼 뜨거운 것은 금융권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의 잘못으로 이번 사태가 터진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 시장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무너져 버렸다. 금융당국과 은행 등 판매사들은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일시적이고 보여주기식 변화로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사모펀드 시장이 불신으로 가득 차 지금처럼 얼어붙어 있도록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판매사와 운용사의 책임 의식, 투자자의 투자 책임 등 성숙한 투자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환골탈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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