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둔 '두 뱅커'…리딩뱅크 허인·고객보호 진옥동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13 16:56

KB 허인·신한 진옥동 행장 각각 11월·12월 임기 만료...연임 주목

국민 순이익 신한에 1천억 앞서...리딩뱅크 수성에 허 행장 역할 커

허 행장,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찰떡호흡...사모펀드 비껴가 신뢰도↑

진 행장, 소비자보호 집중...과당경쟁 방지 혁신적 실험

디지털 전환에 진 행장 역할 중요...AI기술 총괄, 디지털 리더십 돋보여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올해 11월과 12월 각각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두 행장은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 동시에 임기가 끝나는 만큼 연임 여부에 관심이 더욱 크다.


◇ 허인 국민은행장, 사모펀드 사태 비껴나…상반기까지 리딩뱅크


1조2467억원과 1조1407억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각각 이같은 순이익을 냈다. 국민은행 순이익이 신한은행을 1000억원 이상 더 앞선 것이다.

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자리를 굳히게 된 데 허인 행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허인 행장은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 행장이 분리된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 자리에 처음 올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2014년 KB사태 직후 KB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며 내부를 수습한 후 허 행장이 은행장을 맡은 터라 이를 잘 이어받아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 해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자리에 오르기도 했는데, 국민은행의 비중이 큰 만큼 국민은행의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역할도 막중했다.

이후 허 행장은 윤 회장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2018년에는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에 각각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지난해는 은행 부문에서 다시 국민은행이 1위를 되찾으며 자존심을 지켰다. 허인 행장이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까지 신한은행을 큰 차로 앞서고 있어 은행 부문에서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민은행이 사모펀드 사태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충당금 부담 등이 덜어진 상태다. 여기다 펀드 판매에 대한 고객들 신뢰도 얻었다. 다른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사태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허 행장은 최근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체계를 개편하며 소비자 자산관리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허 행장은 임기 동안 디지털과 글로벌에 중점을 두고 KB금융의 과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일어나고 있는 금융사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바람에 발 맞춰 2018년 DT 선포식을 가지고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현재 허 행장은 그룹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으며 그룹의 디지털 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른 은행에 비해 취약하다고 여겨졌던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사업이 막힌 상황이지만,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MDI)인 프라삭 지분 70% 인수, 미얀마 은행업 예비인가 취득,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추가 인수 등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장의 경우 처음 임기 2년이 부여된 후 1년 단위로 임기가 연장된다. 오는 9월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가 확정되면 이후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최종 후보자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고객보호' 총력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고객’을 강조하며 소비자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당시 취임식에서도 진 행장은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고객"이라며 ‘고객중심’을 무엇보다 내세웠다.

이후 그는 전행적으로 고객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은행 내 과당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혁신적인 실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는 은행권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과도한 상품 판매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신한은행의 핵심경영평가지표(KPI)를 개선하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 영업점에서 스스로 영업 목표를 세우고 평가하는 ‘같이 성장 평가제도’와, 영업 성과를 절대 평가로 판단하는 ‘목표 달성률 평가’를 은행 중 처음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은행 내 과당 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은행 직원들의 성과 평가 방식부터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파생결합증권(ELT·ELF) 상품에 대한 자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해 점수가 저조한 영업점 7곳을 실제 적발하고, 8월 한달 간 해당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고객들이 영업점 이용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는 굿(Good) 서비스 경험조사,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 제도 등 고객 중심의 서비스도 꾸준히 새로 적용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부터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각 디지털 부문을 맡는 디지털 후견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진 행장은 핵심 기술인 AI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이 모바일뱅킹 쏠(SOL)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진 행장의 디지털 리더십이 두드러진다. 조 회장이 최근 디지털 리더십을 CEO 선임 때 평가요소로 반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진 행장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

신한은행장의 경우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후보가 선출된다. 진 행장은 처음 부여된 2년 임기를 채운 상황이라 연임 가능성이 높다. 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한번 더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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