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업계 "저유가 기조 속 연료비연동제 도입, 전기요금 체계 개편 적기"

"신재생 확대, 한전공대 설립, 그린뉴딜 등 정책 과제 추진 재원 필요도"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사장 김종갑)이 13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영업이익 8204억원을 기록한 것과 관련 "탈원전이 아닌 국제유가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하반기 숙원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앞두고 연료비연동제 도입의 명분을 쌓는 ‘군불때기’로 풀이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게 아니라 하반기로 미뤄진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과 연료비연동제 도입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의 이런 지적은 한전이 신재생 에너지 확대, 한전공대 설립, 그린뉴딜 등 정책 과제를 추진하는 데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현실적 상황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실적 호전이 저유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코로나19) 여파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요금체계 개편을 앞둔 한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전은 이날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연료가 하락 등으로 상반기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2조 6000억원 감소했다. 실적이 국제 연료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그간 소위 ‘탈원전’으로 인해 한전 적자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한전 영업비용의 60% 내외를 차지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국제 유가에 주로 비례한다"며 "이에 한전 영업실적과 국제유가는 반비례 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전이 이번에야 말로 원유·석탄·가스 등 발전원가에 해당하는 연료비 증가나 감소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할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한전은 2017년 4분기부터 계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11년만의 최대인 연간 1조3566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부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또 올해 하반기는 물론 앞으로 수년 동안 산적해있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없이 수천 억 원의 정책 과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결국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코로나 19 확산 및 유가변동성 확대 등 변화한 여건을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을 마련해 올해 하반기 중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정부 인가를 얻도록 하겠다"고 연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강조한 대로라면 개편안에 연료비연동제가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비연동제는 연료비나 전원 믹스 변화, 발전기술 진보 등으로 전력구입비가 변동하면 전기요금도 그에 맞춰 올리거나 내리는 요금체계다.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재생에너지 기술 향상 등으로 발전단가 하락요인이 발생하면 전기요금을 내리는 것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국제유가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격히 인상돼도 따라 오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LNG 등 1차 에너지를 연료로 생산하는 2차 에너지인 전기 가격이 1차 에너지보다 저렴해지면서 전력 과소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료비 하락이나 기술발전으로 한전의 원가가 줄어들어도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원가를 판매가격에 제때 반영해야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고 사업 예측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연료 가격과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원유, 석탄, 가스 등 발전 원가(전력 도매가격)의 변화를 전기 소매가격에 주기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합리적인 요금체계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전의 비용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0%에 달한다.


◇ 김종갑 사장 "연동제, 한전 뿐 아니라 국가, 전기소비자, 투자자 모두에 장기적 이익"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한전의 숙원 중 하나다. 김종갑 사장은 2018년 취임 직후 ‘두부가 콩보다 싸다’는 비유를 들며 연동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첫 번째 우선순위로 원가를 반영하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원가를 적기에 반영하는 요금제도는 한전 경영뿐만 아니라, 국가, 전기소비자, 투자자 모두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며 " 온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정부에서도 연료비 연동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2011년 7월부터 시행을 검토해왔으나 물가 안정을 이유로 유보하다가 결국 고유가 시기인 2014년 5월 접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호실적이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국제유가의 영향이 크다고 강조하는데 그 자체가 재무구조의 취약성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국제유가가 낮아진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이 적극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이 갈수록 늘어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료비연동제 도입과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없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정책과제들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다시 적자에 시달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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