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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탄소제거 기술의 부작용으로 옥수수와 밀, 쌀 등 곡물 가격이 3∼5배 뛸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대학(UVA) 시스템·환경공학과 안드레스 클라렌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기 중에 이미 배출된 CO2를 줄이는 이른바 ‘역배출기술’(NET)의 부작용을 분석해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세계가 기후변화 대처와 관련해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를 도박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추진되는 NET는 사탕수수 등 식물을 발효해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에너지와 숲 가꾸기, 대기 CO2 직접 포집(DAC)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 기술들은 현재 배출되는 CO2를 상쇄할 만큼 큰 규모로는 실증된 적이 없으며, 연구팀은 이를 대규모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유엔이 활용하는 통합모델 중 하나인 ‘지구변화평가모델’(Global Change Assessement Model)을 이용해 3개 NET가 세계 식량 공급과 물 사용, 에너지 수요 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고, DAC가 미래의 기후변화 대처에서 차지할 역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오에너지와 숲 가꾸기를 통한 CO2 제거는 방대한 땅과 물이 필요해 농작물 재배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나타났다.
DAC 역시 바이오에너지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양의 물이 있어야 하는데, 연구팀은 세계 전기생산에 이용되는 물의 35% 가량이 요구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CO2 처리 과정에서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CO2를 제거하는 것을 상쇄할 만큼의 화석연료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아직은 비용이 너무 커 실용화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DAC가 2035년부터는 연간 30억 톤의 CO2를 제거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17년 미국이 배출한 양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부가 보조금 등을 통해 DAC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이오에너지와 숲 가꾸기를 통한 CO2제거가 여전히 필요하며, 이는 2050년 세계의 주요 곡물 가격을 2010년의 3배 수준을 끌어올리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등 기후변화 비용을 이미 지불하고 있는 곳에서는 5∼6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DAC가 바이오에너지나 숲 가꾸기를 위해 필요한 신규 토지와 농경지 간 치열한 경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은 커져 CO2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 중 CO2를 제거하는 단호하고 다면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클라렌스 교수는 "유엔과 많은 국가가 역배출기술이 언제가 우리를 구해줄 방어벽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리 준비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2030년쯤이면 이 기술이 실용화될 것이며 10년간 수수방관하다가 물 부족으로 어찌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판명되는 것은 너무 큰 도박"이라고 말했다.